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외교

중 ‘대화 주도권잡기’…한국 “핵포기 전제” 되풀이

등록 2009-10-11 20:52

이명박 대통령(왼쪽)이 10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운데),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와 한-중-일 3국 정상회의를 하기에 앞서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이명박 대통령(왼쪽)이 10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운데),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와 한-중-일 3국 정상회의를 하기에 앞서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한-중-일 새 협력시대 오나] ‘북핵 해법’ 미묘한 갈등
중, 북-미 북-일 관계 중재…양자협상뒤 6자 추인
일본도 ‘납치자 문제’ 핵·미사일과 병행 해결 거론
6자회담이 조속히 재개돼야 한다든가, 김 위원장의 발언이 북-미 대화를 앞세운 ‘조건부 6자회담 참가’이므로 신뢰하기 어렵다는 이명박 정부의 평가나 견해는 설 자리를 잃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거창하게 밝힌 ‘그랜드 바겐’(일괄타결) 구상은 외교적 수사로는 가장 낮은 수준의 ‘공감대 형성’에 그쳤다. 공감대라는 말도 청와대의 자평일 뿐이고 원 총리는 “개방적 태도로 협의해 나가겠다”고만 밝혔다. 무시하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도 “정확하고 올바른 생각”이라던 9일 발언과 달리 “이 대통령의 그랜드 바겐에도 통하는 부분이 있다”는 정도로 동의 수위를 낮췄다.

원 총리는 또한 한국 정부 안에서 중국의 대규모 대북 원조계획이 유엔 안보리 제재에 저촉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걸 겨냥한 듯 단호하게 말했다. 원 총리가 “북한에 원조를 제공했고, 경제발전과 인민생활 개선에 썼다. (이는) 안보리 결의 정신과 일치한다”고 강조한 것은 거의 반박에 가깝다.

원 총리가 이번 3국 정상회의에서 새롭게 밝힌 대목은 한국·일본과도 관계개선을 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뜻이었다. 사실 새로운 건 아니다. 김 위원장은 이미 지난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남쪽에 보낸 특사·조의 방문단을 통해 이 대통령에게 그런 뜻을 밝힌 셈이고, 북-일 양국은 비공식 실무접촉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오카다 가쓰야 일본 외상은 9일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 뒤 “북한이 일본과의 대화를 열망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원 총리는 김 위원장과 가장 긴 면담 4시간을 포함해 10시간 동안 만났다고 말했다. 그리고 한-일에 대한 김 위원장의 관계개선 의사를 “이번 방북에서 얻은 가장 큰 느낌이다”라고 표현했다.

원 총리의 이런 발언들은 과거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뒤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했던 역할을 연상시킨다. 김 전 대통령은 미국·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김 위원장의 뜻을 전달하고 중재하는 역할을 맡음으로써 북-미, 북-일 관계 진전의 길을 열었다. 지금 북한은 중국에 그런 구실을 맡겼고, 중국은 원 총리의 표현을 빌리면 이번 방북에서 얻은 ‘적극적 성과’를 바탕으로 “(이번) 기회를 제대로 틀어쥐지 못하면 사라질 수 있다”며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의 이런 역할은 미국과의 사전 조율 속에 진행되는 것이다. 북-미 양자협상은 시기와 장소, 대화형식, 대화상대, 협상 팀의 범위 등을 조율하고 있으며, 리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이 26∼27일 미 샌디에고 인근 라호야에서 열리는 ‘동북아시아협력대화(NEACD)’에 초청을 받은 상태다. 중국 쪽으로부터 김 위원장의 좀더 구체적인 메시지를 전달받았을 것으로 보이는 하토야마 총리는 (김 위원장의) “말을 믿고자 한다”며 두가지 점을 분명히 했다. 하나는 총리가 직접 ‘선 북-미 협상, 후 6자회담 개최’를 명시적으로 밝힌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과거 자민당 정권의 ‘납치자 문제 우선 해결’ 접근법과 달리 핵·미사일과 병행해 납치자 문제를 거론했다는 점이다.

한국은 어떤가? 이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는 게 전제가 됐을 때 북한이 원하는 협력을 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선핵폐기론’에 다름 아니다. ‘그랜드 바겐’에 대해선 “제안이 아니고 6자 회담 국가들이 공통으로 평소 생각하던 것인데 이제 해야 될 단계가 왔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낮췄다. 남북 대화는 ‘열린 자세’라고만 할뿐 여전히 핵폐기와 연계시켰다. 남과 북이 따로 할 일은 없다는 것인데,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일본(11일), 중국(12일)을 방문하면서도 한국엔 들를 필요가 없는 이유다. 강태호 남북관계 전문기자

kankan1@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1.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2.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3.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4.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5.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