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9일 오후 한국을 떠나기에 앞서 경기 오산 미군 공군기지를 들러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오산/AP 연합뉴스
오바마, 서울서 일정 발표…북한에 메시지
실질협상 원하는 북한과 의제 탐색전 주목
실질협상 원하는 북한과 의제 탐색전 주목
보즈워스 새달 8일 방북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 시기를 한반도 남쪽인 서울에서 발표한 것은 나름대로 상징성이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19일 이명박 대통령과 정상회담 뒤 연 공동기자회견에서, 다음달 8일로 예정된 첫 공식 북-미 대화를 앞둔 시점임을 고려한 듯 북한을 자극할 만한 발언을 삼가는 분위기가 강했다. 사실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다음달 초순께 방북은 예견된 것이었다. 미 국무부는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직전인 지난 10일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방북 방침을 공식 발표했다. 방북 시기에 대해선 “올해 안”이라고 했지만, 이후 미국의 추수감사절인 11월 마지막 주를 넘기고 12월 초순쯤이 될 것이라고 비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그렇더라도 오바마 대통령이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방북 시기를 한-미 정상회담에서 발표한 대목은 적잖은 의미가 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북한과의 직접 대화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외교전문가는 “대북 메시지”라고 풀이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지난 2월 첫 방한 때 보즈워스 전 주한미국대사를 ‘대북정책 특별대표’로 임명한다고 공식 발표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대통령과 국무장관이 한국에 와서 ‘제재’가 아니라 대화와 관련한 중요 방침을 공표한 사실 자체가 중요한 ‘대북 메시지’라는 뜻이다. 이를 두고 정부 당국자는 “북핵 문제와 관련해 한-미 공조가 잘 이뤄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북한 관련 발언은 기존 대북 정책 기조를 재확인한 것이지만, 표현 방식은 다소 부드러웠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만일 북한이 구체적이고 되돌릴 수 없는 조처를 통해 의무를 준수하고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한다면 미국은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고 북한이 국제사회와 완전히 통합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7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 뒤에는 “북한은 대항과 도발의 길,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는 두 길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있다”며 “대항과 도발을 계속하면 번영하지 못할 것이고 고립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두 발언의 근본 기조는 다를 바 없지만, ‘대항’이나 ‘고립’ 따위의 자극적인 표현을 일부러 피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그러나 보즈워스 특별대표가 직접 나서는 북-미 간 만남의 결과를 전망하기는 쉽지 않다. 북-미간 만남의 성격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기자회견에서 ‘대화’(talks)라고 규정했다. 협상이라기보다는 서로의 의중을 탐색해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에 비해 북한은 미국과 대좌해 실질적인 협상으로 끌어가기를 원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은 ‘북-미 간 적대적 관계를 평화적 관계로 전환하는 문제’를 우선 논의하겠다는 뜻을 여러차례 밝혔다. 미국과 관계 정상화나 평화체제와 같은 안전 보장 문제에 더 관심이 많다는 얘기다. 반면에 미국은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북쪽에 촉구하고 9·19공동성명 준수 의지를 재확인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보즈워스 특별대표가 가져갈 방북 보따리의 내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북쪽에 6자회담 복귀와 비핵화를 요구하며 상응조처로 뭘 내놓을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미 국무부는 조만간 방북 기간과 면담 대상, 방북 경로, 방북단 규모 등을 자세히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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