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자동차분야 쟁점 뭔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자동차분야 합의사항을 놓고 미국 쪽에서 재협상을 요구하는 이유는 양쪽 자동차 수출 규모의 큰 차이 때문이다. 한국차는 미국 시장에서 연간 수십만대 팔리는데, 미국차는 한국시장에서 판매량이 고작 수천대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불균형은 협정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타결된 자동차분야 협정 내용을 보면, 오히려 미국 쪽에 훨씬 유리하게 되어 있다.
통상 및 자동차 전문가들은 미국의 재협상 요구에 대해 ‘인위적으로 시장점유율을 조정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관세 부분만 봐도, 우리나라는 협정 발효 때 8% 수입차 관세율을 즉각 전면 철폐키로 했으나, 미국 쪽은 배기량 3000㏄ 이상 자동차에 대해서는 2.5%의 관세율을 3년 동안 단계적으로 철폐하기로 했다. 특히 미국자동차 회사들이 주로 생산하는 픽업트럭에 대해서는 25%의 높은 관세율을 10년에 걸쳐 낮추기로 했다. 또 국내에선 ‘조세주권의 포기’라는 비판까지 받으며 배기량에 따라 누진율이 적용되는 자동차 세제를 가격구간별 정율제로 바꾸기로 합의했다. 미국산 차처럼 배기량이 큰 차에 유리한 세제개편을 통상협정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또 자동차 안전 및 환경기준도 적용도 미국차에는 유예한다는 혜택도 줬다. 게다가 합의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때는 관세혜택을 중단할 수 있는 ‘스냅백’이라는 독소조항도 도입하는 등, 자동차 분야는 전반적으로 한국에게는‘굴욕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설사 미국이 재협상을 요구하더라도 한국으로서는 더 이상 내줄 게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경영학)는 “수출 규모의 불균형은 대형차 위주의 미국 자동차 산업이 경쟁력을 잃은 결과이며 미국의 재협상 요구는 ‘억지로라도 시장점유율을 올리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이는 자유무역협정의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고위관리들도 의회 청문회에서, 한국시장의 미국차 점유율에 따라 미국 쪽의 관세철폐 품목과 시기를 조정하는 안을 두고 “사실상 관리무역”이라며 반대한 바 있다.
한편, 이날 이명박 대통령의 “다시 얘기할 자세가 돼 있다”는 발언에 대해 국내 자동차업계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미국차는 별다른 매력이 없다는 것이 본질적 문제”라며 “정치적 이유로 기존안의 비준이 미뤄져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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