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인터뷰…한·칠레 FTA 업그레이드 시사
한·일, 한·중 FTA 중장기 과제로 고려
한·일, 한·중 FTA 중장기 과제로 고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올해 남미 페루와 중동 6개국으로 구성된 걸프협력위원회(GCC) 등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타결지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김 본부장은 4일 연합뉴스와의 신년인터뷰에서 "지금까지 협상 진도로 볼 때 페루가 가장 많이 와 있다"며 페루를 경인년(庚寅年) 첫 FTA 타결 국가로 꼽았다.
김 본부장은 "페루는 농산물 문제가 예민하지 않고 대통령이 직접 FTA 문제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타결을 기대했던 GCC와의 FTA 협상에 대해 "2008년 7월 협상을 시작할 때 1년 안에 끝내보자고 이야기했는데 시간이 좀 지났다"며 "석유화학산업 등에서 조정이 필요한데 그런 부분만 절충되면 올해 타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GCC는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오만, 카타르 등 중동 6개국이 참여하는 공동시장 형태의 경제협력체로 1981년 창설됐다.
김 본부장은 1일 자로 발효된 한.인도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의 효과를 묻는 말에는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인도와 협상 중이지만 우리가 파악한 바로는 진도가 그리 잘 나가지 않고 있다"며 "우리에게 선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한.칠레 FTA를 업그레이드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칠레가 처음이다 보니 굉장히 조심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그동안 민감한 품목에 대해 백신 효과가 있었으니 이제 업그레이드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아세안 중에서 베트남, 인도네시아는 개별적으로 업그레이드를 생각하고 있다"며 "베트남에는 이미 그런 의사를 전달해 베트남도 좋다는 답변을 들은 상태"라고 소개했다.
올해 발효를 기대하는 한.EU FTA와 한.미 FTA에 대해서는 기대감과 함께 신중한 모습도 보였다.
김 본부장은 "한.EU FTA는 올해 상반기가 지나면 발효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EU의 자동차공업협회가 반대캠페인을 벌이고 있고 자칫 문제가 왜곡되는 경우가 있으니 그런 일이 없도록 서로 잘 관리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FTA에 대해서도 "누가 봐도 미국 상황이 속도감 있게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며 "조금 시간을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협정문을 수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김 본부장은 2008년 3월 이후 중단된 캐나다와의 FTA 협상 재개 시점에 대해 "캐나다가 우리 시장에 제일 관심 있는 것은 쇠고기"라며 "BSE(광우병) 문제는 FTA에서 해결할 사항은 아니지만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협상이 끝나도 온전하게 발효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일 FTA 협상 재개에 대해서도 "업계의 의견을 들어보면 빨리하자는 목소리가 많지 않다"며 "최소한 이해의 균형이 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정부가 협상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중장기적인 협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어려운 것은 다 떼고 할 수 있는 것만 우선 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차 떼고 포 떼고 무늬만 FTA를 한다면 세계무대에서 비난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본부장은 중국과의 FTA 문제는 "시진핑 부주석이 구동존이(求同存異: 같은 것은 추구하고 이견은 남겨둔다)를 이야기했는데 좋은 방법"이라며 "그러나 구동이 90은 되고 존이가 10 정도는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의 연내 타결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난 12월 제네바 WTO 각료회의 때도 분위기가 썩 좋진 않았다"며 "올해 일정을 고려하면 3월 말까지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비관적인 시각이 많지 않은가 싶다"고 설명했다.
정준영 박상돈 기자 princ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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