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왼쪽)이 오카다 가쓰야 일본 외상과 11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별관에서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하기에 앞서 자리를 권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일 외교장관 회견…“피해자들 맘 잊어선 안돼”
전문가 “일본 정부 실질적 행동으로 ‘사죄’해야”
전문가 “일본 정부 실질적 행동으로 ‘사죄’해야”
오카다 가쓰야 일본 외상은 한-일 강제병합과 관련해 “한국인이 나라를 빼앗기고 깊이 상처입은 사건이었다”며 “피해자의 기분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출범한 일본 민주당 정부가 올해 한-일 강제병합 100돌을 맞아 식민지 지배에 대해 나름의 ‘성의’ 표현을 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가 앞으로 실질적인 행동과 정책으로 ‘사죄와 반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카다 외상은 11일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별관에서 한-일 외교장관 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100년 전에 일어난 일과 관련해, 한국 사람들에게 있어 나라를 빼앗겨 민족 자긍심에 크게 상처를 입은 사건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저는 일본인이라는 자긍심을 갖고 있다”며 “그래서 나라를 빼앗겨 자긍심에 상처를 입은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카다 외상은 이어 “저는 병합당한 쪽, 아픔을 기억하는 피해자 쪽의 마음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의 백년을 응시하며 진정으로 미래지향의 우호관계를 강화해 가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하토야마 내각은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하고 있다”며 일본정부의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무라야마 담화’는 1995년 8월15일 열린 전후 50돌 종전 기념일 때 당시 무라야마 도미이치 일본 총리가 태평양 전쟁과 전쟁 이전에 행한 침략 및 식민지 지배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성과 사죄의 뜻을 표명한 담화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자긍심’ 등 몇몇 표현은 애초 오카다 외상의 머리발언 원고에 없었던 것”이라며 “오카다 외상이 정치인으로서 한국인의 입장을 일정 정도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당국자는 “아직 일본 정부가 구체적인 내용을 내놓은 것은 아니므로 지켜봐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정부의 다른 당국자도 “크게 보면 식민지 지배의 사죄와 반성이라는 무라야마 담화의 기본 정신에서 더 나아간 것은 없다”며 “중요한 것은 일본 정부의 향후 정책이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일왕 방한과 관련해 오카다 외상은 “제반 사정을 고려해 신중하게 검토해 나가고자 한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재일동포 지방참정권 부여 문제에 대해서도 그는 “일본 정부로서는 현재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일본 내부에서도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은 점을 고려해 직답을 피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