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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블로그] 순진한 대일정책이 자초한 ‘독도는 일본땅’

등록 2010-04-02 15:43

일본이 내년부터 초등학생들에게 본격적으로 `독도(다케시마)는 일본 땅'이라고 가르친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초등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 초등학교용 교과서 5종 모두에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기술 또는 지도가 들어갔다. 이미 독도를 자국 영토로 표시한 3종의 교과서는 그대로 나둔 채, 경계선 없이 `다케시마'라는 독도의 일본식 이름만 표시했던 2종의 교과서에 대해 국경선을 분명하게 그어 수정하도록 문부과학성이 지시했다는 것이다. 2008년 중학교 사회과목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 영유권을 명기한 데 이은 일본의 연속된 `독도 공세'라고 할 만하다. 앞으로 이런 추세는 계속 강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30일 시게이에 도시노리 주한 일본 대사를 외교통상부로 불러 불러 유감을 표시했다. 정운찬 총리도 31일 유관상상 시상식에 참석해 "일본은 어린 아이들에게 독도에 대한 거짓을 가르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도 국회 차원의 결의문을 채택하고 독도특위를 가동한다고 부산을 떨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다. 실효성 없는 여론무마 행위에 불과하다. 이런 정부의 대응은 사실 지지난해 일본의 중학교 사회교과서 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 영유권 주장이 들어간 것에 항의해 권철현 주일대사를 소환했던 것에도 한참 못 미치는 대응이다. 그때의 대응이 잘 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강도는 그때보다 지금이 더 강하다는 점을 생각할 때 일관성 없는 대처라고 할 수 있다.

이번의 독도 사태가 충격적인 것은 `과거를 직시할 용기를 지니고 있다'는 하토야마 유키오 민주당 정권 아래서, 그것도 최근 들어 일본에 가장 호의적인 정책을 펴고 있는 이명박 정부 아래서 일어났다는 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이래 단 한 번도 일본의 과거사 인식에 대해 쓴소리를 하지 않았다. 이제까지 한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삼일절과 광복절 때마다 일본의 왜곡된 역사인식을 비판하는 연설을 해왔으나, 유독 이 대통령만은 취임 이후 3번의 삼일절, 두번의 광복절을 맞았으면서도 일본의 역사인식의 수정을 요구하는 말을 하지 않았다. 실무자들이 넣어도 `그럴 필요가 있느냐', `과거보다 미래지향이 중요하다'며 직접 빼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또 일본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일본인의 북한 납치 사건에 대해서도 적극 협조하는 자세를 취했다. 대표적인 게 지난해 칼 폭파범 김현희씨와 일본 납치자 가족의 만남을 공개적으로 주선한 것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일본인 납치범 확인에 필요하다며 김현희의 면담을 계속 요구했으나, 두 정부는 북한과의 관계, 대일 견제 등을 감안해 꺼려해왔었다. 이런 이명박 정부의 적극 협조 자세에 고무되어 일본 정부는 올 참의원 선거 전에 김현희의 일본 방문을 초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이 대일 유화정책을 펴는 뜻은 아주 좋게 풀이하면, 일본 스스로 우리의 배려를 알아 과거사 인식이나 독도 문제 등에 대해 전진적인 자세를 취하도록 심리적 압력을 가하자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가 잘 해주면 스스로 찔려서 자기의 잘못을 고칠 것이라는 생각일 것이다.

이 대통령이 재작년 7월 홋카이도에서 후쿠다 야스오 당시 총리를 만났을 때 "지금은 때가 아니다. 잠깐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고 보도한 <요미우리신문>의 독도발언 논란도, 실제 그런 용어를 사용했다고 해도 독도를 일본에 넘기자거나 일본의 독도 소유권을 인정한 뜻은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당시 촛불 정국의 뒤끝이었으니까 촛불에 이어 독도 문제까지 불거지면 정권 운영에 큰 타격이 올 수 있으므로 쟁점이 불거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을 것이고, 그런 말을 했다면 그런 뜻으로 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아무렴 명색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란 사람이 자기 나라 땅을 일본 땅으로 인정하는 발언을 했을까 하는 것이 나의 솔직한 심정이다. 다만, 이 대통령과 청와대가 당시 요미우리 발언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면서 법적조처를 취해겠다고 공언하고도 1년이 넘도록 아무런 법적 조처를 취하지 않은 점은 이해할 수 없다.

여하튼 이 대통령은 일본에게 우리가 잘 해주면 일본도 우리에게 잘 해 줄 것이란 식으로 일본을 이해하고 대일정책을 펴고 있는 것 같다. 또 우리가 먼저 베풀어야 대북문제, 경제, 환경, 에너지 등 지역 및 세계적인 이슈를 다루는 데 일본의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이 생각이 매우 순진한 발상에 근거한 잘못된 정책이라고 본다. 이 대통령이 일본에게 아무리 잘 해준다고 해도, 그 정권이 과거사를 직시한다고 한 하토야마 정권이라고 해도 일본 정부가 영토 문제, 과거사 문제에 대한 기본 인식과 정책을 쉽게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일본은 이제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매우 크다. 오히려 이쪽이 잘 해 주면 그 틈을 이용해 자신의 잘못된 주장을 사실로 굳혀가는 게 국제사회의 냉엄한 현실이고, 세계적인 지도 국가로서의 자질을 갖추지 못한 일본은 그런 경향이 더욱 강하다.

결국 이 대통령의 대일 유화정책은 이번의 독도 사건에서 보듯이 단추를 잘못 꿴 정책이고, 현실을 너무 안이하게 본 접근임이 드러났다. 할 말을 하고 당하면 억울하고 분하지는 않지만, 할 말도 못하고 당하면 2배로 억울하고 분하다. 지금은 바로 그런 꼴이다.

내 생각은, 일본에 대해 역사문제, 독도문제 등 이견이 분명한 사안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리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시정을 촉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일본이 이런 문제에 대해 한국이 얼마나 중시하고 있는지 알고 긴장한다. 그리고 고치려고 노력이라도 할 것이다. 일본이 이런 문제를 애기한다고 자신이 협력해야 할 사안에 대해 거부하지도 않을 것이다. 만약 그런다면 정말 사귈 가치가 없는 나라이다.

나는 이김에 이명박 정부가 대일정책을 `감상적 온정주의'에서 `냉철한 현실주의'로 전환하길 바란다. 국가간의 관계에서 짝사랑은 사람과의 관계에서보다 배반당하기가 쉽다. 나는 이명박 정부가 일본의 비뚤어진 과거사 인식, 독도 문제 등에 대해서는 준엄하게 문제제기를 하고 비판하되, 경제, 환경, 인권 등의 공동의 사안에 대해서는 협력을 추구하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본다. 이견을 당당하게 말하는 나라가 존경도 받고 협력도 당당하게 구할 수 있다. 이번의 독도 교과서 문제가 더욱 아프게 다가오는 것은 이명박 정권의 안이한 태도가 일본의 오만을 더욱 강화시켰다고 보기 때문이다. 오오 통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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