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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이명박 외교, 왕서방한테 당하나?

등록 2010-05-10 16:39

청와대가 중국에게 단단히 삐친 모양입니다. 후진타오 중국 총리가 앞서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과는 30분 정도 면담하는 수준에 그쳤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과는 5시간 넘게 회담을 한 것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을 사전에 귀띔해주지 않은 것에, 천안함 사고와 관련한 반응이 시큰둥한 것에 심기가 불편한 것 같습니다.

‘만만디’가 보여주듯 중국만큼 매사에 느긋한 나라도 없지만 장사꾼의 나라 중국만큼 실리에 강한 나라도 없습니다. 작은 이익은 던지되 큰 실리는 확실히 챙기는 나라가 바로 중국입니다. 느긋함은 나름대로 치밀한 계산이 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중국의 대북관계도 이런 관점에서 보는 것이 최소한의 수읽기가 아닐까요. 외교는 실리 다툼이니까요.

과거사를 보면, 중국은 우리에게 크고 작은 도움을 줄 때마다 영토를 가져가든 주권을 가져가든 도움보다 더 큰 대가를 가져갔습니다. 물론 우리나라가 약소국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주판알 튕기는 솜씨가 중국이 낫다는 것에 있다고 봅니다.

중국은 한국전쟁에 참전했지만 한반도의 주도권을 다 잃을까봐 그 반이라도 보전하는 전략적 타협을 선택했습니다. 북한을 영향권에 두다가 힘이 축적되면 언젠가는 먹겠다는 계산을 한 것이지요. 최근 진행되고 있는 동북공정과 관련된 작업은 언젠가 불거질 간도 영유권 분쟁을 차단하고 한반도 복속을 노리는 포석이라는 것은 다들 알고 있는 사실 아닙니까.

청와대는 지난번에 대중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했다고 자랑했습니다. ‘전략적 동반자 관계’는 ‘양국이 필요시 부분적으로 협력하는 관계’를 말하는 외교적 수사일 뿐입니다. 말 그대로 필요 없으면 협력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런데 청와대는 ’중국과 방귀까지 튼 사이’라고 생각했을까요. 수읽기 싸움이 치열한 외교에서는 빤한 약점도 감추는 법인데, 이명박 대통령은 국내에서도 논란이 많은 천암함 사고를 성급히 대중 외교 반상에 올렸습니다. 중국은 원론적 반응만 보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돌아가자 ‘6자회담과 천안함 문제는 별개’라고 했습니다. ‘김정일 환대는 주권‘이라고 했습니다. 장사꾼 출신 이명박의 주판알 튕기는 솜씨가 짧아 중국에게 환격을 당한 것이지요.

만약 천안함 사고가 북한의 소행이라는 완벽한 증거가 드러나도 중국은 느긋합니다. 속으로 웃습니다. 북한은 중국에겐 꽃놀이패와 같으니까요. 나머지 3강도 원인에 상관없이 천암함 사고의 파장이 백령도 앞바다를 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동북아의 형세를 국익의 전략 아래 일관해 읽고 있기 때문입니다.

연이은 자충수로 대마가 된 이명박의 대북정책은 자꾸 구석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천암함 사고를 이용해 반전을 꾀했지만 서툰 외교로 또 돌 한 점만 보태고 말았습니다. 이명박과 청와대는 대승적 전략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국지적 전술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일까요. 전술이 얕고 오히려 방정맞아 전략이 없어보입니다.

청와대는 지금까지 대미, 대일, 대중외교 성과를 그때마다 자찬했지만 냉정히 돌아보면 알맹이는 빼주고 껍데기만 가져왔습니다. 외교적 무시도 당했고요. 그래서 치밀한 준비도 없이 덤벙대다가 번번이 망신을 샀다고 입방아에 오르곤 했습니다. 청와대는 주변 4강의 본질을 몰라도 한참 모르거나 외교의 생리를 몰라도 한참 모르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허둥대는 사이에 ‘북-중 경제협력 심화 합의’라는 소식이 날아 왔습니다. 이러다 북한땅이 제 2의 간도가 되지나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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