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30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의를 통해 기존 협정문을 수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쇠고기와 자동차 등 쟁점분야의 추가적인 합의를 외교서한으로 교환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김 본부장은 이날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번 협의는 미국에서 표현한 것처럼 새로운 논의(new discussion)가 아니라 실무협의”라며 “기존 협정문에서 쉼표를 넣고 빼는 것도 개정인데,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그러나 양국 통상 대표들끼리 새로운 양해각서나 부속서한 등을 교환할지 여부를 묻자 “미국으로부터 구체적인 내용이 전달되지 않은 상황에서 예단해 말하기 어렵다”며 “백지에 임의로 그림을 그려놓을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즉답을 피했다. 국제통상 전문가들은 부속서한 등의 추가 교환으로 기존 협정문 내용이 영향을 받을 경우에는 재협상으로 본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김 본부장은 “미 의회에서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미 행정부가 어떤 제안을 갖고 나올지는 예단할 수 없다”며 “지금은 미 쇠고기의 한국 시장 진입이 다른 나라보다 좋기 때문에 불만 대상으로 한국이 지칭돼야 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미국 쪽이 거론하는 자동차시장의 비관세 장벽과 관련해 “객관적으로 증명된 장벽이라면 우리 경제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단순히 미국 차가 덜 팔리는 게 ‘위장된 장벽’이라고 주장한다면 우리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마지막으로 “미국이 자동차와 쇠고기 문제를 들고 나올 경우 우리도 미국에 요구할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되면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처럼 상당히 어려워지는 것”이라며 “그런 상황으로 몰고 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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