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핵연료 재처리 허용 여부 ‘핵심’
2014년 3월 만료되는 한-미 원자력협정을 개정하려는 양국 간 첫 공식 회의가 25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열려, 2년 안팎의 긴 협상이 시작된다.
이번 협상에선 그동안 국내 및 한-미 간 찬반 논란이 일었던 한국의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 허용 여부가 가장 핵심적인 쟁점이다. 1974년 4월 개정된 협정은 미국의 동의 없이는 한국이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여당 의원과 원자력계, 보수 진영 등에선 지난해 북한의 핵실험 이후 한국도 이에 대응해 핵주권을 가져야 하고, 또 2016년이면 포화상태에 이르는 핵폐기물 처리를 위해 독자적인 재처리 권한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남북간 핵개발 경쟁을 야기해 동북아 안보 지형의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고, 핵폐기물 처리 기술로 볼 때 ‘2016년 포화설’은 과장된 것이며, 무엇보다 사용후 핵연료 처리에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반박도 상당하다.
이런 가운데 재처리 옹호론자들이 들고 나온 게 현재 기술개발중인 파이로프로세싱(건식처리) 공법이다. 플루토늄 핵무기를 제조하는 데 쓰이는 습식처리 방식과 달리, 건식처리 방법은 핵무기로 전용하기가 쉽지 않아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목적과 합치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건식처리 공법은 상용화 단계까지 가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데다 미국 정부는 이 기술에 대해서도 핵무기를 만드는 데 활용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미 양국은 건식처리 공법과 관련한 과학적 측면의 공동연구를 진행해 핵무기 전용 가능성 등을 검토한 뒤, 이 결과를 협정에 반영하는 절차를 택하기로 했다. 협상이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오는 까닭이다.
건식처리 공법의 협정 반영 여부와는 별개로, 한국은 협정의 유효기간을 40년에서 20년 안팎으로 줄여 미래 개발될 기술에 대비하고, 원자력 연구개발(R&D) 권리도 더 폭넓게 확보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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