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전은 어떻게
11~12일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의전은, 대표적인 다자회의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아펙)와도 상당히 다르다.
주요 20개국 정상회의는 유럽 중심으로 발달한 ‘전통적’인 의전을 따르고 있다. 주최국이 1순위이고, 그다음이 회원국→초청국→정상대리 참석국→국제기구 순서로 ‘서열’이 매겨진다. 회원국이라 하더라도 차기 주최국→전기 주최국들→국가원수→행정부 수반 순이고, 같은 국가원수라도 재임기간 순으로 ‘상석’을 차지하는 등 복잡하기 짝이 없다.
정상들의 서열이 이처럼 엄격한 것은 각국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인데다, 회의장이나 만찬장에 나중에 도착해야 자국 정상이 덜 기다릴 수 있고 회의를 마친 뒤에도 먼저 출발해야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번 주요 20개국 회의를 예로 들면, 11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리셉션 및 업무만찬에선 정상 1명이 입장하는 데 1분30초 정도의 시간을 잡고 있다. 미리 기다리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을 제외하면 32명의 정상이 모두 제시간을 지켜준다고 해도 입장하는 데만 자그마치 48분이 걸리는 셈이다. 12일 코엑스에서 열리는 정상회의도 입장에만 정상 1명당 1분씩, 모두 32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준비위원회는 잡고 있다.
회의장 좌석 배치도 서열에 따라 이루어지며 주최국에 가까울수록, 그리고 오른쪽이 상석이다. 이에 따라 이번 12일 코엑스 회의에선 한국을 중심으로 차기 주최국인 프랑스, 이전 주최국들인 영국, 미국, 캐나다, 이어서 재임기간이 긴 브라질, 중국 순으로 오른쪽과 왼쪽에 지그재그로 앉는다. 이전·차기 주최국들을 제외하면 의전 서열이 가장 높은 브라질과 중국을 배려하기 위해 12일 오찬 때는 한국을 중심으로 오른쪽에 중국, 왼쪽에 브라질 정상이 앉도록 배치했다.
이에 비해, 아펙의 경우엔 회원국이 19개이지만, 중국이 독립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대만과 중국의 특별행정구인 홍콩 수반이 참석한다. 이에 따라 골치 아픈 논쟁을 피하려고 국가 이름의 영어 알파벳 순서로 모든 의전이 진행된다.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관계자는 9일 “아펙의 경우엔 아시아 국가들이 많아 의전에 비교적 관대한 편”이라고 말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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