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비핵’-중 ‘6자 재개’ 이견…당장 대화모색 가능성 적어
정부 “사실이라면 심각한 위협”…‘전략적 인내’ 허점 지적도
정부 “사실이라면 심각한 위협”…‘전략적 인내’ 허점 지적도
한-미 ‘우라늄 대응’ 분주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이날부터 긴급히 한·중·일 순방에 나선 것도 북한의 농축 우라늄 시설 공개와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정부 당국자는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방한과 관련해 “사전 협의 없이 갑작스럽게 미국 쪽으로부터 통보가 왔다”고 전했다.
이는 시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소장이 우라늄 농축 시설을 백악관에 보고한 뒤, 미국 내부에서 6자회담 관련국간 협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급하게 순방 결정이 이뤄졌음을 보여준다. 보즈워스 특별대표는 21일 밤 한국에 도착해, 22일 오전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과 만나 대응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위성락 본부장도 18일 일본을 방문한 데 이어, 22일 중국을 방문해 중국 쪽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북핵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한다.
위 본부장은 중국 쪽 인사들과 만나 현안으로 떠오른 북한의 핵 능력 증강 이외에도, 그동안 한국과 미국 정부가 6자회담 재개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운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책임 있는 조처’의 구체적인 내용을 놓고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남북관계 개선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있지만, 한·미가 북한에 요구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복귀 수용 △핵시설 모라토리엄 등에 대해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중국은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에 좀더 방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농축 우라늄 시설 공개라는 압박 카드를 들고 나오면서 한반도 정세는 당분간 불확실성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한국과 미국 당국자들이 잇따라 관련국 순방에 나섰지만, 당장 대화 국면을 모색할 가능성도 적다. <뉴욕 타임스>는 21일 미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과거의 합의를 준수하겠다는 구체적인 행동과 진지한 행동을 보여주지 않을 경우 북한과의 재협상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기존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뜻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협의를 해보고 나중에 말하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어찌됐든 한·미의 대북 압박과 제재 속에서도 북한이 핵 능력을 계속 증강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한·미의 이른바 ‘전략적 인내’가 갈수록 ‘전략적 허점’을 드러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북한이 국제 제재에도 불구하고 농축 우라늄 시설에 필요한 자재들을 수입해왔으며, 결과적으로 핵 능력 증강을 방치한 꼴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그동안 북한이 두 차례 핵실험을 했던 함경북도 풍계리에서도 갱도를 파는 움직임이 지속적으로 관찰되는 등 긴장은 고조돼왔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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