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훈(왼쪽) · 롬버그(오른쪽)
[2010 한겨레 - 부산 국제심포지엄]
전문가 대담/이수훈-앨런 롬버그
18~19일 제6회 한겨레-부산 심포지엄에 참석한 것을 계기로 열린 이수훈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과 앨런 롬버그 미국 스팀슨 센터 동아시아연구실장의 대담은 미-중 관계, 천안함, 6자회담 등 핵심현안에서 팽팽하게 맞섰다. 참여정부의 동북아시대위원회 위원장을 거친 이 교수와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무부 정책국의 선임 부국장을 지낸 롬버그 실장은 자연스럽게 오바마-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두고 비판과 지지의 입장에 섰다. 두 사람이 접점을 찾은 것은 ‘북한 붕괴론은 위험하며 기다리는 건 정책이 아니다’였다. 또 몇주 또는 몇달 안에 6자회담이 재개되고 비핵화와 함께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는 공감대도 있었다. 대담은 19일 부산 노보텔 앰배서더 호텔 15층에서 1시간30분여 동안 진행됐다.
이수훈 (이하 이)=미중은 환율 문제 등 양자현안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의제들, 천안함 사건 등에서 대립이 있었다. 이제 중국이 방어적 자세만 취하는 게 아닌 것 같다. 이 때문에 동북아 역내에서 신냉전이 등장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롬버그 (이하 롬)=냉전이란 말은 일단 유보하고 싶다. 경제·금융 이슈가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이는 미-중간의 문제만은 아니다. 위안화 절상 등 환율 문제가 근심거리기는 하지만. 양자간 무역 불균형은 가까운 시일 안에 바뀌지 않을 것 같다. 내가 미국 정부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꾸준히 예측 가능한 위안화 가치에 대한 재평가가 있다면 그것이 미국이 원하는 것이라고 본다. 명확한 것은 미중 패권을 말하는 G2는 허구라는 것이다. 미-중이 둘이 앉아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세계의 많은 일이 미-중간 협력 없이는 해결되기 힘들다는 점도 분명하다. 경제, 에너지, 기후변화, 안보 등 분야에서 두나라간 협력은 필요하다. 양쪽 정부 모두 이를 잘 이해하는 것 같다. 후진타오 중국이 주석이 내년 1월 미국에 오면 협력을 심화할 수 있는 방안들을 논의할 것이다.
이=2008년 경제위기를 비롯해 2009년에도 미-중 관계는 협력적이었지만, 2010년 들어서 한반도에 대해서는 미-중간 대립 구도를 보이는 것 아닌가. 특히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이런 대립구도가 심화됐다.
롬=중국이 중요하지만, 중국의 입장에 모두 동의할 필요는 없다. 서해에서의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보면 솔직히 중국의 입장은 말이 안 된다. 미 항모의 참가를 반대하는데 조지 워싱턴호를 비롯해 미국 항모가 이미 서해에 6~7번은 다녀갔다. 또 미국은 서해 합동 군사훈련이 미-중간 이슈가 아니고 북한이 도발적이고 위험한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북한에 보내는 메시지라고 밝혔다. 또 다른 면은, 한국에선 여러 이견이 있는 것 같지만, 북한이 천안함에 책임이 있다는 점이다. (지난 6월) 토론토 G20 정상회의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후진타오 중국 주석과 만난 뒤 기자회견을 통해 중국의 ‘의도적 외면’(willful blindness)를 언급하며 중국이 천안함 조사결과를 수용하지 않은 것에 대해 실망을 표시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이 북한과 다른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또 모든 사람이 인정하듯이 중국은 6자회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내 생각에는 신냉전이라는 개념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을 과장하는 잘못된 해석이다. 이=그럼에도 미-중간의 내적 긴장관계(internal strains)가 더 높아지는듯 하다. 동중국해에서 댜오위다이(센카쿠 열도)를 둘러싸고 벌어진 중-일 갈등 등에서 미국은 일본을 지지했다. 나도 신냉전이란 표현을 잘 쓰지는 않지만, 동북아에서의 내적 긴장을 보여주는 표현이 아닌가 생각한다. 한반도와 관련해서도 천안함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국제적인 이슈로 비화됐다. 동북아 역내문제가 되면서 중국·미국·일본이 개입하고, 한국 정부는 이를 유엔으로 가져갔다. 그런데도 해결책은 얻어내지 못하고, 의장성명을 얻는데 그쳤다. 거기엔 북한의 책임이라는 얘기도 없다. 의장성명은 모든 참가자들한테 긴장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역내 평화와 안정을 해치지 말라고 강조하고 있다. 천안함 사건으로 미-중간 내적 긴장이 과거보다 더 부각됐다. 이러한 미-중 긴장이 일시적인 것인지, 아니면 6자회담 등에도 영향을 끼칠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우려된다. 롬= 당신이 말하는 미-중간 내적 긴장은 미국의 중요한 이익과 관련된 것이다. 중국은 북한이 비난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자신들의 이유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다. 중국은 러시아의 협조를 얻어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에서 천안함 공격을 북한과 직접 연계시키지 않도록 하는데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공격’이란 표현이 사용됐고, 안보리 이사국들이 모두 동의했다. 센카쿠 문제는 약간 다른 것이다. 독도는 한-일이 모두 영유권을 주장하지만 한국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센카쿠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영토 주권에 대해서는 간섭하지 않는다. 미국이 일본을 지지하는 것은 주권 문제에 대한 것이 아니라, 무력 사용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우리는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중국 어선 문제 관련 6개 테이프 모두 봤는데, 중국 어선이 일본 순시선을 들이박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제3국 어선이었다면 중국이나 일본이 어떻게 대응했을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이상한 것은 중국은 선장이 석방되자 보상과 사과를 주장했다. 솔직히 중국의 실수였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일본인들은 자국정부의 대응을 비판했다. 중-일 정상들이 어렵게 만나고 아직도 갈등이 계속되고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나아질 것이다.앞의 이런 이슈들이 일시적인 것이냐, 아니면 전적으로 새로운 패턴으로 문제가 장기화될 것이냐는 단언 할수 없지만 점차 제자리를 찾아갈 것으로 본다. 천안함 사건을 비롯해 남북한간의 문제들은 6자회담 재개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한국은 천안함에 대한 북한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들어 그러한 사과 요구는 취소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여전히 남아있는 현안인 비핵화에 대해 북한이 다소간의 진정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6자회담 재개에 대해 핵심 당사국들이 별로 열의가 없는 것 아닌가. 2·13합의에 기초한 2단계의 불능화 합의에서 3단계(핵폐기)로 넘어가는 것은 정치적 현안이지, 기술적 문제는 아니었다. 검증은 6자회담 과정에서 늘 현안이었다.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그랜드바겐’은 이 핵폐기의 어려운 과정을 한꺼번에 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함으로써 2008년의 6자회담 합의에서 불능화의 과정은 동력과 기회를 상실했다. 새로 집권한 오바마 행정부는 적대적 국가와도 직접적 외교를 하겠다고 말했지만 이 또한 지켜지지 않았다. 물론 북한이 지난해 4월 미사일을 발사하고 5월에 2차 핵실험을 한 것은 분명 잘못이다. 그러나 2005년엔 의미있는 9·19공동성명의 합의도 북한이 과거에 어떻게 행동했고 미래에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알고 있고, 그런 전제 위에서 이끌어 낸 것이다. 새로운 시도가 없다면 지금의 교착상태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다. 롬=2006년 1차 핵실험 이후 대부분의 사람들은 북한이 핵시설을 해체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물론, 2·13합의가 2단계 불능화에서 더 진전을 보지 못하고 끝난 것은 아쉽다. 그러나 우리가 기회를 놓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현실적이지 않은 생각이다.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는데 관심이 없다. 그것이 북한의 전략적 결정이다. 그들은 핵무기를 포기하기 전에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과연, 북한이 미국의 새로운 대통령을 기다렸을까. 미사일을 발사한 걸 보면 그런 관점을 갖기가 어렵다. 그들은 미사일을 발사해야 할 나름의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미국은 특사를 보낼 의지가 있지 있었다. 그걸 받아주지 않고 규칙을 어긴 건 북한이 잘못한 것이고, 기회를 잃어버린 것이다. “북한은 원래 그래”라고 얘기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한 국가가 다른 국가를 다루는 책임있는 접근법이 아니다. 나는 북한이 천안함을 침몰시켰다고 인정하고 사과할 것이라고 보지도 않는다. 최근 북한의 핵 상황을 보면, 북한이 경수로 건설에 나서고 있으며, 그런 증거도 있다. 이것은 명백히 유엔결의를 위반 것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핵실험을 수행할 준비를 하는 것일 수 있다. 게다가 북-미 접촉, 6자예비회담, 6자회담으로 이어지는 중국의 ‘3단계’ 해법이 진행중이었는데, 북한의 공격으로 천안함이 침몰했다. 따라서 기회를 잃어버렸다는 지적은 미국이 아니라 북한을 향한 것이어야 한다. 부시 정부는 보상을 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고, 오바마 행정부는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이=그것이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사실이다. 미국과 오바마 행정부는 핵무기 없는 세상과 비확산을 제창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비핵화를 대외 관계 의제의 첫 번째라고 한다. 그러면서도 ‘말 안 듣는 애는 벌주는 식’으로 제재를 강조하고 있다. 그건 부시 행정부 시절 했던 정책이고, 부시 행정부 스스로 재임 기간의 마지막엔 바뀌지 않았나. 진지한 개입정책 없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가. 부시 시절로 돌아가서 강경파들처럼 제재하고 기다리기만 할 것인가. 롬=미국 정부나 한국 정부의 정책을 그런 식으로 해석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내가 아는 한 미국은 대화를 하고 싶어하지만 북한이 해야 할 두가지 의무를 분명히 제시하고 있다. 첫째로 북한은 남한과 더 좋은 관계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남북관계 진전의 구체적인 내용은 한국이 결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천안함은 일종의 전쟁행위였고, 많은 사람들이 천안함과 관련해 북한이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다. 두 번째로 협상테이블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건 쉬운 일인데, 그렇다면 핵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한 조건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핵무기를 가진 북한과 항구적인 평화협정을 맺는 것인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요구에도 응하지 않는 북한과 가능할까? 북한은 한-미, 미-일 방위조약들이 북한에 적대적인 것이라며 포기하라고 하고 있다. 북한은 자기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을 얻으려 하고 있다. 미국은 기꺼이 대화할 용의가 있지만 그러나 뭔가 핵관련 진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당신의 논리를 그대로 따라가면 우리는 북한이 변하는 것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내 경험에 비춰볼 때 북한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 체제의 붕괴 등을 이야기하는데, 누가 흡수할 것인가. 미국이 흡수떠안을 것인가? 롬= 이해한다. 기다리기만 하자는 건 아니다. 미국은 대화할 준비가 됐다. 붕괴를 예측할 능력은 없지만, 북한의 경제시스템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주민들을 먹여 살릴 수 없다. 붕괴론은 아주 위험한 시나리오다. 체제가 무너지기를 기대하는 건 정책이 아니다. 미국이 원하는 것은 북한의 변화이며, 변화한 행동을 보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내 희망사항을 얘기하면 몇주 또는 몇달 안에 우리가 6자회담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또한 핵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는 평화협정 문제가 결론이 나지 않겠지만, 비핵화 문제에 진전이 이뤄지면 항구적인 평화협정 문제에 대한 논의도 병행하기를 원한다. 이=마지막으로 한미 현안을 짚고 넘어가자면 G20 직전에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직전까지 갔다. 그러나 기자회견에서 갑자기 타결이 안됐다고 발표했다. 이번이 아니라면 앞으로 기회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민사회 및 정치권에서,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에서도 협상을 진전시킬 수 있는 지렛대가 사라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지금의 한-미 관계는 매우 부드럽고 아주 우호적이라고 보이지만, 그것이 최상의 관계를 의미한다고 보지는 않는다. 롬=자유무역협정에 대해선 아직 뭐라고 하기엔 이르다. 오래 끌다간 아마 현실적으로 점점 힘들 수도 있다고 본다. 오바마가 열정적으로 희망을 갖고 자유무역협정을 다뤄왔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자유무역협정이 절대 쉬운 것은 아니지만 한미관계의 중요성에 비춰볼때 이뤄낼 것이라고 생각한다.자유무역협정은 경제적으로도 서로에게 이익이고, 정치적으로도 강한 유대관계를 보여줄 수 있다. (끝) 정리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롬=중국이 중요하지만, 중국의 입장에 모두 동의할 필요는 없다. 서해에서의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보면 솔직히 중국의 입장은 말이 안 된다. 미 항모의 참가를 반대하는데 조지 워싱턴호를 비롯해 미국 항모가 이미 서해에 6~7번은 다녀갔다. 또 미국은 서해 합동 군사훈련이 미-중간 이슈가 아니고 북한이 도발적이고 위험한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북한에 보내는 메시지라고 밝혔다. 또 다른 면은, 한국에선 여러 이견이 있는 것 같지만, 북한이 천안함에 책임이 있다는 점이다. (지난 6월) 토론토 G20 정상회의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후진타오 중국 주석과 만난 뒤 기자회견을 통해 중국의 ‘의도적 외면’(willful blindness)를 언급하며 중국이 천안함 조사결과를 수용하지 않은 것에 대해 실망을 표시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이 북한과 다른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또 모든 사람이 인정하듯이 중국은 6자회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내 생각에는 신냉전이라는 개념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을 과장하는 잘못된 해석이다. 이=그럼에도 미-중간의 내적 긴장관계(internal strains)가 더 높아지는듯 하다. 동중국해에서 댜오위다이(센카쿠 열도)를 둘러싸고 벌어진 중-일 갈등 등에서 미국은 일본을 지지했다. 나도 신냉전이란 표현을 잘 쓰지는 않지만, 동북아에서의 내적 긴장을 보여주는 표현이 아닌가 생각한다. 한반도와 관련해서도 천안함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국제적인 이슈로 비화됐다. 동북아 역내문제가 되면서 중국·미국·일본이 개입하고, 한국 정부는 이를 유엔으로 가져갔다. 그런데도 해결책은 얻어내지 못하고, 의장성명을 얻는데 그쳤다. 거기엔 북한의 책임이라는 얘기도 없다. 의장성명은 모든 참가자들한테 긴장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역내 평화와 안정을 해치지 말라고 강조하고 있다. 천안함 사건으로 미-중간 내적 긴장이 과거보다 더 부각됐다. 이러한 미-중 긴장이 일시적인 것인지, 아니면 6자회담 등에도 영향을 끼칠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우려된다. 롬= 당신이 말하는 미-중간 내적 긴장은 미국의 중요한 이익과 관련된 것이다. 중국은 북한이 비난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자신들의 이유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다. 중국은 러시아의 협조를 얻어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에서 천안함 공격을 북한과 직접 연계시키지 않도록 하는데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공격’이란 표현이 사용됐고, 안보리 이사국들이 모두 동의했다. 센카쿠 문제는 약간 다른 것이다. 독도는 한-일이 모두 영유권을 주장하지만 한국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센카쿠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영토 주권에 대해서는 간섭하지 않는다. 미국이 일본을 지지하는 것은 주권 문제에 대한 것이 아니라, 무력 사용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우리는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중국 어선 문제 관련 6개 테이프 모두 봤는데, 중국 어선이 일본 순시선을 들이박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제3국 어선이었다면 중국이나 일본이 어떻게 대응했을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이상한 것은 중국은 선장이 석방되자 보상과 사과를 주장했다. 솔직히 중국의 실수였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일본인들은 자국정부의 대응을 비판했다. 중-일 정상들이 어렵게 만나고 아직도 갈등이 계속되고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나아질 것이다.앞의 이런 이슈들이 일시적인 것이냐, 아니면 전적으로 새로운 패턴으로 문제가 장기화될 것이냐는 단언 할수 없지만 점차 제자리를 찾아갈 것으로 본다. 천안함 사건을 비롯해 남북한간의 문제들은 6자회담 재개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한국은 천안함에 대한 북한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들어 그러한 사과 요구는 취소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여전히 남아있는 현안인 비핵화에 대해 북한이 다소간의 진정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6자회담 재개에 대해 핵심 당사국들이 별로 열의가 없는 것 아닌가. 2·13합의에 기초한 2단계의 불능화 합의에서 3단계(핵폐기)로 넘어가는 것은 정치적 현안이지, 기술적 문제는 아니었다. 검증은 6자회담 과정에서 늘 현안이었다.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그랜드바겐’은 이 핵폐기의 어려운 과정을 한꺼번에 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함으로써 2008년의 6자회담 합의에서 불능화의 과정은 동력과 기회를 상실했다. 새로 집권한 오바마 행정부는 적대적 국가와도 직접적 외교를 하겠다고 말했지만 이 또한 지켜지지 않았다. 물론 북한이 지난해 4월 미사일을 발사하고 5월에 2차 핵실험을 한 것은 분명 잘못이다. 그러나 2005년엔 의미있는 9·19공동성명의 합의도 북한이 과거에 어떻게 행동했고 미래에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알고 있고, 그런 전제 위에서 이끌어 낸 것이다. 새로운 시도가 없다면 지금의 교착상태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다. 롬=2006년 1차 핵실험 이후 대부분의 사람들은 북한이 핵시설을 해체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물론, 2·13합의가 2단계 불능화에서 더 진전을 보지 못하고 끝난 것은 아쉽다. 그러나 우리가 기회를 놓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현실적이지 않은 생각이다.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는데 관심이 없다. 그것이 북한의 전략적 결정이다. 그들은 핵무기를 포기하기 전에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과연, 북한이 미국의 새로운 대통령을 기다렸을까. 미사일을 발사한 걸 보면 그런 관점을 갖기가 어렵다. 그들은 미사일을 발사해야 할 나름의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미국은 특사를 보낼 의지가 있지 있었다. 그걸 받아주지 않고 규칙을 어긴 건 북한이 잘못한 것이고, 기회를 잃어버린 것이다. “북한은 원래 그래”라고 얘기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한 국가가 다른 국가를 다루는 책임있는 접근법이 아니다. 나는 북한이 천안함을 침몰시켰다고 인정하고 사과할 것이라고 보지도 않는다. 최근 북한의 핵 상황을 보면, 북한이 경수로 건설에 나서고 있으며, 그런 증거도 있다. 이것은 명백히 유엔결의를 위반 것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핵실험을 수행할 준비를 하는 것일 수 있다. 게다가 북-미 접촉, 6자예비회담, 6자회담으로 이어지는 중국의 ‘3단계’ 해법이 진행중이었는데, 북한의 공격으로 천안함이 침몰했다. 따라서 기회를 잃어버렸다는 지적은 미국이 아니라 북한을 향한 것이어야 한다. 부시 정부는 보상을 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고, 오바마 행정부는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이=그것이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사실이다. 미국과 오바마 행정부는 핵무기 없는 세상과 비확산을 제창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비핵화를 대외 관계 의제의 첫 번째라고 한다. 그러면서도 ‘말 안 듣는 애는 벌주는 식’으로 제재를 강조하고 있다. 그건 부시 행정부 시절 했던 정책이고, 부시 행정부 스스로 재임 기간의 마지막엔 바뀌지 않았나. 진지한 개입정책 없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가. 부시 시절로 돌아가서 강경파들처럼 제재하고 기다리기만 할 것인가. 롬=미국 정부나 한국 정부의 정책을 그런 식으로 해석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내가 아는 한 미국은 대화를 하고 싶어하지만 북한이 해야 할 두가지 의무를 분명히 제시하고 있다. 첫째로 북한은 남한과 더 좋은 관계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남북관계 진전의 구체적인 내용은 한국이 결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천안함은 일종의 전쟁행위였고, 많은 사람들이 천안함과 관련해 북한이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다. 두 번째로 협상테이블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건 쉬운 일인데, 그렇다면 핵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한 조건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핵무기를 가진 북한과 항구적인 평화협정을 맺는 것인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요구에도 응하지 않는 북한과 가능할까? 북한은 한-미, 미-일 방위조약들이 북한에 적대적인 것이라며 포기하라고 하고 있다. 북한은 자기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을 얻으려 하고 있다. 미국은 기꺼이 대화할 용의가 있지만 그러나 뭔가 핵관련 진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당신의 논리를 그대로 따라가면 우리는 북한이 변하는 것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내 경험에 비춰볼 때 북한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 체제의 붕괴 등을 이야기하는데, 누가 흡수할 것인가. 미국이 흡수떠안을 것인가? 롬= 이해한다. 기다리기만 하자는 건 아니다. 미국은 대화할 준비가 됐다. 붕괴를 예측할 능력은 없지만, 북한의 경제시스템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주민들을 먹여 살릴 수 없다. 붕괴론은 아주 위험한 시나리오다. 체제가 무너지기를 기대하는 건 정책이 아니다. 미국이 원하는 것은 북한의 변화이며, 변화한 행동을 보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내 희망사항을 얘기하면 몇주 또는 몇달 안에 우리가 6자회담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또한 핵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는 평화협정 문제가 결론이 나지 않겠지만, 비핵화 문제에 진전이 이뤄지면 항구적인 평화협정 문제에 대한 논의도 병행하기를 원한다. 이=마지막으로 한미 현안을 짚고 넘어가자면 G20 직전에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직전까지 갔다. 그러나 기자회견에서 갑자기 타결이 안됐다고 발표했다. 이번이 아니라면 앞으로 기회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민사회 및 정치권에서,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에서도 협상을 진전시킬 수 있는 지렛대가 사라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지금의 한-미 관계는 매우 부드럽고 아주 우호적이라고 보이지만, 그것이 최상의 관계를 의미한다고 보지는 않는다. 롬=자유무역협정에 대해선 아직 뭐라고 하기엔 이르다. 오래 끌다간 아마 현실적으로 점점 힘들 수도 있다고 본다. 오바마가 열정적으로 희망을 갖고 자유무역협정을 다뤄왔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자유무역협정이 절대 쉬운 것은 아니지만 한미관계의 중요성에 비춰볼때 이뤄낼 것이라고 생각한다.자유무역협정은 경제적으로도 서로에게 이익이고, 정치적으로도 강한 유대관계를 보여줄 수 있다. (끝) 정리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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