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 “관련국 자제를”
26~27일로 예정됐던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의 한국 방문이 갑자기 연기됐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25일 “양 부장의 방한이 일정상의 이유로 연기됐다”며 “방한 시기와 관련해서는 앞으로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24일 밤 11시40분에 중국 쪽에서 주중 한국대사관 쪽으로 연락이 왔다”며 “중국은 그동안 한국 쪽이 여러 가지 준비를 많이 했는데 이번에 불가피하게 연기하게 됐다며 정중히 양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방한을 불과 이틀 남겨둔 시점인데다, 한국과 미국이 서해 연합군사훈련을 발표한 직후 중국 쪽이 통보한 점에 비춰, 사실상 방한 취소로 풀이된다. 중국이 ‘외교적 결례’로 비칠 수 있음에도 방한을 연기한 것은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우회적인 불만 표시와 함께, ‘책임있는 역할’을 주문하는 국제사회의 압력 속에서 연평도 포격의 피해자인 한국을 방문하는 것에 대한 정치적·외교적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를 방문한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24일(현지시각)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중국은 어떤 군사적 도발 행위에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원 총리는 “현재 매우 엄중하고 복잡한 정세에 직면하고 있다”며 “관련국들은 최대한의 자제를 발휘해야 하며, 국제사회도 긴장 국면을 완화시키는 데 유리한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신화통신>이 25일 보도했다.
중국 외교부의 훙레이 대변인도 24일 성명을 발표해 “중국은 이번 사태를 매우 심각히 받아들이고 사태 전개를 우려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는 남북한이 냉정과 자제를 견지하고 최대한 빨리 대화와 접촉을 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용인 기자,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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