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서울 세종로 외교통상부청사에서 다이빙궈 중국 외교부 상무부부장이 2차 대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을 논의하기 위해 윤영관 장관을 만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다이빙궈 외교담당 국무위원 ‘특사자격’ 방한
중국이 다음달 초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간 긴급 협의 개최를 28일 전격적으로 제안했다.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해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혔다. 중국이 북한의 연평도 포격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등으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관리하려고 다이빙궈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사실상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27일 한국에 파견하는 등 본격적으로 외교 행보에 나선 모양새다. 하지만 한·중 양국 정부가 한반도 긴장을 푸는 접근법에서 상당한 시각차를 드러내 당장 정세 호전의 계기가 마련될지는 불투명하다.
중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한반도사무 특별대표는 이날 오후 베이징 외교부 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중국은 한반도 정세에 타당하게 대응하기 위해 (2005년) 9·19 공동성명을 바탕으로 신중한 연구를 했다”며 “12월 상순에 베이징에서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들이 긴급 협의를 통해 각국이 관심을 가진 중대한 문제에 의견을 교환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우 특별대표는 “오늘날 한반도 형세에 복잡한 요소들이 나타나고 있으며, 6자회담 참가국들은 이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며 “9·19 공동성명을 전면적으로 이행할 임무를 가지고 있는 6자회담 수석대표들이 이런 중요 문제들에 대해 의견을 교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긴급 협의가 6자회담 재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조건을 만들어가는 데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정부는 중국의 발표 직후 ‘외교통상부 대변인 논평’을 내어 “6자회담 수석대표 회의 개최는 매우 신중하게 검토돼야 할 것”이라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명백히 했다.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이뤄진 이명박 대통령과 다이빙궈 중국 국무위원의 면담 때 “6자회담과 관련해서 중국 측의 언급이 있었으나 비중 있게 논의되지 않았다”며 “지금은 (6자회담을) 논의할 때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외교부 대변인 논평에서 “최근 북한이 경수로 건설 현장 및 우라늄 농축 시설을 공개한 데 이어 연평도 포격도발로 6자회담 재개 여건 조성을 위한 관련국들의 노력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했다”며 “우리는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구체적인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재차 촉구하며 앞으로의 대응 방향에 대해서는 6자회담 관련국들과 긴밀히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다이빙궈 국무위원 일행을 면담한 자리에서 북한의 연평도 포격과 관련해 “남북관계에 있어 보다 공정하고 책임있는 자세를 갖고 한반도 평화를 이루는 데 기여해달라”고 중국 쪽에 요청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황준범 이용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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