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총리 발언’ 한국 반응
한반도에 긴박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한국 거주 일본인들의 대피를 위해 자위대를 파견하는 문제와 관련해, 정부는 공식적으로 일본과 협의가 없었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도 의외로 강한 거부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정부의 공식 입장은 일본 쪽에서 문제를 제기한 적도 없고 협의한 적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꼼꼼히 살펴보면 직답을 피하려는 기색이 짙다. 외교부 당국자는 12일 ‘비공식 협의도 없었느냐’는 질문에 “그런 것 같다”며 말끝을 흐렸다. 또한 유사시 자위대 파견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묻자, 이 당국자는 “일본 자체 내의 논란이기 때문에 판단할 입장은 아니다”라며 피해 나갔다.
이 당국자는 또 “과거 1990년대에도 한반도 정세가 긴박했을 때 외국 투자 회사라든가 몇몇 국가가 자국민 대피 계획에 관심을 표명한 적이 있었는데 그런 차원에서 어느나라든 유사시 자국민 후송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다”며 일본 내 논의에 큰 거부감을 표시하지 않았다.
이 당국자는 이어 “우리 정부로서는 이러한 발언이 자칫하면 정세가 아주 긴박해진다든가 하는 걸 의미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좀 적절한가에 대한 생각은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한반도에 당장 큰일이 발생할 것처럼 비춰지는 게 불만이지, 논의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는 뜻이다.
정부 핵심관계자도 이날 “(유사시에 일본의) 무기체계를 우리나라에 들여오는 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라면서도 “(일본에서 제안이 들어오면) 우리는 그냥 협의해 보자고 하면 된다”고 말해, 논의 여지를 남겨두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유사시 한반도 거주 일본인들의 대피 문제가 한-일 간 군사비밀 공유나 전시 물품 교환 문제 등과 맞물려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는 일본의 헌법이나 자위대법상 일본 내부에서 입장 정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간 총리가) 깊이 생각하고 한 얘기 같지 않다”며 “현실성 있는 얘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용인 황준범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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