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과 2시간 총격전 끝…외교부 3일동안 ‘쉬쉬’
아프가니스탄에서 도로공사 등을 벌이고 있는 삼환기업의 한 하청업체에 속한 한국인 2명이 탈레반으로 추정되는 무장단체에 피랍됐다가 총격전 끝에 구출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한국 기업들의 건설 현장이 괴한들의 공격을 받은 적은 여러차례 있었지만, 한국인이 납치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외교통상부는 국민의 생명 및 안전과 직결될 수도 있는 영사사건을 언론보도가 있기 전까지 사흘간이나 숨겨 고의적인 은폐라는 비판이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16일 “지난 13일 오전 10시쯤(현지시각), 아프간 북부 사만간주의 한 도로 건설 현장에서 발파 전문가인 이아무개씨 등 한국인 2명이 호위경찰 2명과 함께 차를 타고 작업 현장으로 이동하던 중 무장괴한들의 기습을 받아 납치됐다”고 밝혔다. 무장괴한들이 이들을 산속 근거지로 끌고 가는 과정에서 운전사가 탈출해 경찰에 신고했으며, 아프간 경찰과 군이 괴한들의 근거지를 찾아내 한국인 2명 등 인질 4명이 구출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두시간 정도의 총격전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현지 언론은 아프간 경찰의 말을 따서 이 무장괴한들이 탈레반이며, 총격전 과정에서 탈레반의 지휘자가 사살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외교부는 “무장괴한들의 정체와 배후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고가 발생한 시각이 경계가 쉬운 오전인데다, 무장 경호원이 있는 상황에서 납치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공사 현장에 있는 한국인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피랍이 발생한 지역이 한국의 지방재건팀(PRT)이 활동하는 파르완주와 가까워 추가 도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용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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