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북, IAEA 복귀 의미없다”…북 “미, 대화제안 한사코 회피”
6자회담 재개 조건을 놓고 한국·미국과 북한 간 치열한 ‘장외 기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16일 6자회담 재개조건과 관련해 “핵 개발이 진행되는 동안 북한과의 협상은 없다는 게 확고한 입장”이라며 “재개조건 중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가 이뤄지더라도 핵개발이 중단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이는 우라늄 농축프로그램을 비롯한 모든 핵개발 활동의 중단을 6자회담 재개의 최우선 전제조건으로 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북한은 이날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은 각종 전제조건을 내세우는 방법으로 모든 대화 제안들을 한사코 회피”하고 있다며, “6자회담을 포함한 모든 대화 제안을 지지하지만 결코 대화를 구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화 재개에 전제조건을 달면 응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한·미의 태도와 상충된다.
한편 빌 리처드슨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가 이날 오후 베이징에서 고려항공편으로 평양으로 향했다. 개인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하는 리처드슨 주지사는 방북에 앞서 “방북 기간에 북한의 통치자들로부터 메시지를 받기를 희망한다”는 기대를 피력했다. 그는 “내 희망은 북한이 한반도 긴장을 낮추겠다는 메시지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북한에 줄 내 메시지는 우리는 평화를 필요로 하며 공격적인 행동을 멈추라는 것이고, (북한이) 남한을 존중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들(북)이 나를 부를 때는 항상 뭔가 친절한 메시지를 전하려 할 때였다”며 “북한 쪽에 영변 핵 시설 방문을 요청해놓았다”고 강조했다.
리처드슨 주지사의 이번 방북은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직접 초청했다는 점에서 북한이 리처드슨을 통해 미국에 메시지를 전하려는 일환으로 해석된다. 리처드슨 주지사는 방북에 앞서 미 국무부로부터 사전 설명을 들었으며, 귀국 뒤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방북 결과를 직접 보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리처드슨 주지사의 방북에 <시엔엔>(CNN) 방송의 동행 취재를 허가해, <시엔엔> 앵커인 울프 블리처가 이날 리처드슨 지사와 함께 북한으로 향했다.
워싱턴 베이징/권태호 박민희 특파원 이용인 기자 h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