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문서에서 드러나
한국·미국 양국이 1970년대 초부터 이미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휴전선 인근에 핵실험 탐지시설을 구축하려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외교통상부가 21일 ‘외교문서공개에 관한 규칙’에 따라 30년이 지나 비밀을 해제한 외교문서들을 보면, 양국은 ‘맑은 하늘’(Clear Sky)이라는 암호명으로 강원도 원주의 미군기지 캠프롱에 음향탐지 장비와 전자진동탐지 장비를 설치하는 정보수집 계획을 추진했다.
한·미합동위원회 한국 대표 구충회씨와 미국 대표인 로버트 엔 스미스 공군 중장이 1971년 10월 18일 주고받은 외교문서에는 “이 정보수집계획은 가상적국의 핵분야에 있어서의 기술능력에 대한 우리 지식을 상당히 높여줄 것이며 대한민국의 상호방위를 향상시키려는 공동노력에 실질적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적혀 있다. 핵실험 실시 주체가 북한으로 명시되지는 않았다. 중국이 1964년 이미 핵실험을 실시했던 점이나 휴전선 인근인 원주에 장비 배치를 추진했던 점으로 미뤄볼 때 주된 정보수집 대상은 북한으로 추정되지만 중국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이번에 공개된 외교문서에는 정보수집 계획의 완료시점과 재원 등은 언급되지 않았다.
한·미합동위원회는 주한미군이 장비 설치에 필요한 용지를 결정하도록 기술조사를 승인했으며 이후 용지 신청은 시설구역분과위원회가 정해진 절차에 따라 합동위원회에 건의한다고만 돼 있다. 특히 주한미군 쪽은 이런 내용을 한국 각료들에게 통보하되,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통보 대상을 최소한으로 제한해 달라고 요청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미국은 1972년 2월14일 정보수집 계획의 암호명을 ‘맑은 하늘’에서 ‘떡갈나무’(Oak Tree)로 변경한다고 알려왔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