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여성과 ‘부적절 관계’ 외교관 3명
정·관계 인사 연락처·외교부 문서 넘겨
정·관계 인사 연락처·외교부 문서 넘겨
중국 상하이 주재 한국 외교관들이 30대 중국 여성과 잇따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이 과정에서 각종 정부 자료와 2007년 대통령 선거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비롯한 정치권 핵심 인사들의 연락처 등이 유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8일 “주상하이 총영사관에 파견돼 근무하던 허아무개(법무부) 전 영사와 김아무개(지식경제부), 박아무개(외교부) 전 영사가 중국인 덩아무개(33)씨와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며 영사관 주요 자료를 유출했다는 제보가 접수돼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이 조사를 벌였다”고 밝혔다. 이 외교부 당국자는 “현재 허 전 영사는 사표를 냈고, 김·박 전 영사는 소속 부처에 ‘외교업무를 위해 해당 여성과 친하게 지낸 것은 맞지만 불륜은 아니었고, 국가기밀을 유출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고 설명했다.
공직복무관리관실은 조사 과정에서 김·박 전 영사가 덩씨와 친밀한 자세로 찍은 사진 파일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덩씨가 보관해온 사진 파일에 등장하는 인물은 현재까지 5명”이라고 전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공직복무관리관실에서 8일부터 김정기 전 상하이 총영사를 상대로 조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밖에 상하이총영사관에 파견됐던 강아무개 전 총경도 사진에 등장하는데, 강 전 총경은 지난해 2월 사표를 낸 뒤 현재 국내 유명 로펌에 근무하고 있으며 관련 사실을 극구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해 덩씨의 남편인 한국인 ㅈ(37)씨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덩씨가 보관해온 컴퓨터 파일에는 한나라당 서울지역 당원협의회 위원장 비상연락망과 2007년 대통령선거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비상연락망 등 정부·여당 인사 200여명의 휴대전화번호가 담긴 사진 파일, 상하이 총영사관 비상연락망 및 외교부 인사 관련 문서 등도 포함돼 있다며 이를 공개했다.
이 중 한나라당 선대위 비상연락망과 정부·여당 인사 연락처 등은 2년 9개월 동안 상하이 총영사를 지내고 지난 3일 귀국한 김정기 전 총영사가 보관하고 있던 자료를 사진으로 찍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총영사도 덩씨와 가까운 포즈로 찍은 사진이 발견됐다.
김 전 총영사는 이날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국내인사 자료는) 비닐 코팅해서 내가 갖고 있는 것으로 원래 내 책상 속에 뒀는데 누군가 관저에 잠입해 촬영을 했다”며 “누군가 보이지 않는 손, 한국 정권의 누군가가 가져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나와 불화가 심했던 모 정보기관 인사가 배후일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국가기밀이 유출된 건 없다”고 밝혔다. 정부 당국자는 “현재까지 파악한 바로는 덩씨와 중국 정부의 관련성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수사의뢰가 들어올 경우 절차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손원제 이용인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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