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 등 관련정보 샜을수도
유출된 자료·정보는
상하이 총영사관의 일부 영사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확인된 중국 여성 덩아무개(33)씨한테 유출된 정보·자료는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기밀을 요하는 외교정책은 아니지만, 국내 주요 인사 연락처 등 ‘사람’과 관련된 민감한 것들이 포함돼 있다. 어떤 경로로 얼마만큼의 정보가 나갔는지, 나간 정보가 어떻게 활용됐는지 등도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덩씨의 한국인 남편이 덩씨의 휴대용메모리칩(USB)에서 발견한 것이라며 법무부에 제공한 자료를 보면, ‘주상하이 총영사관 비상연락망(2010년 9월), ‘2008년 사증발급 현황’, ‘사증개별접수 대행 여행사 현황’, ‘(외교부) 특채 파동과 연평도 혼란에 묻힌 외교부 인사’ 등이다. 또 한나라당 ‘서울지역 당원협의회 위원장 비상연락망’과 2007년 대통령 선거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캠프에서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MB 선대위 비상연락망’도 포함돼 있다. 이명박 당시 대선 후보를 비롯해 이상득·이재오·정두언·정태근 의원 등 200여명에 이르는 정관계 인사의 휴대전화번호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영사관 비상연락망이나 비자업무 관련 자료는 법무부 소속의 허아무개 전 영사가 덩씨한테 건넨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당국자는 8일 “(허 전 영사를) 조사해 보니 영사관 직제표나 비자업무 과정 등에 대한 서류를 건넸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영사관 비상연락망은 정보기관 요원 등의 연락처도 담긴 ‘대외보안’ 문서로 부적절한 용도로 활용될 경우 외교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민감한 정보다.
한나라당 서울지역 당원협의회 및 MB 선대위 비상연락망은 김정기 전 상하이 총영사가 개인적으로 갖고 있던 게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누가 유출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더 조사해봐야겠지만,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국가기밀이 유출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상하이 총영사관은 북핵·북한 문제 등 정무적 성격의 외교보다는 한-중 경제 관련 업무를 주로 하는 공관이라, 정치외교적으로 민감한 외교정책 관련 정보가 덩씨에게 유출됐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추정이다. 다만 상하이 총영사관의 업무 영역을 고려할 때 한국 기업 등 경제 관련 정보가 유출됐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번 사건의 성격과 관련해 ‘스파이인가 추문인가’라는 질문에 “지금까지는 추문으로 본다”고 답했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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