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군 도움으로 7일만에
서부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 적도의 태양이 대서양으로 가라앉기 직전 마지막 빛을 흩뿌리던 7일 저녁 6시50분께(현지시각) 수도 아비장 주재 한국 대사관의 철문이 열렸다. 기관포로 무장한 장갑차 8대와 야전 차량 10대, 300여명의 중대급 유엔 평화유지군 병력이 주위를 감시했다. 장성섭 대리대사와 신희용 영사, 여성 행정원 3명 등 5명의 한국인 직원이 조심스레 대사관을 빠져나왔다. 다행히 총격전은 벌어지지 않았다. 1주일 만의 구출작전이 완료됐다.
한국인 직원들은 지난 1일 오후부터 대사관에 갇혔다. 대통령선거에 지고도 권력 이양을 거부해온 로랑 그바그보 지지세력과 당선자 알라산 우아타라 지지세력 사이 교전이 격화되면서부터였다. 대사관과 채 50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그바그보 세력의 집결지인 대통령궁이 있다. 총탄이 쏟아지고, 그바그보 군의 로켓포 공격으로 대사관 2층의 대사 비서실은 쑥대밭이 됐다. 직원들은 총성이 울리면 1층 책상 밑에 몸을 숨긴 채 공포의 밤낮을 보냈다. 물과 전기 시설도 부서졌다. 비상용 생쌀을 씹으며 버텨야 하는 처지로 내몰렸다. 목숨을 걸고 마당의 설비를 간신히 손봤다.
결국 정부가 유엔 평화유지군에 긴급 구조요청을 했다. 현지 유엔군 지휘책임자는 외교부 차관을 지낸 최영진 유엔 사무총장 특별대표. 유엔군은 이날 그바그보 세력이 일부 퇴각한 틈을 타 한국과 인도 대사관을 먼저 구출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구출된 대사관 직원들은 프랑스군 주둔지 인근의 호텔에 임시사무소를 확보해 업무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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