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논의 교착 가능성
우라늄 성격규정도 암초
우라늄 성격규정도 암초
6자 대화국면으로 가지만…
한반도 정세 흐름이 복잡 미묘하다.
최근 한 주 사이 북-중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과 위성락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의 방미,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방한이 이어졌다. 이를 거치며 정세가 대화 국면으로 한 클릭 옮겨갈 가능성은 상당히 높아졌다. 잇단 협의를 통해 비핵화 협상의 단계와 경로가 가시권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북-중 수석대표 회동에선 ‘남북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북-미 대화→6자회담’의 단계적 접근안이 제시됐다. 애초 한국 정부가 지난해 제시했던 안을 북·중이 받아들여 내놓은 것이다. 한·미도 남북 회담에서 비핵화 성과를 확인한 뒤 북-미 회담과 6자회담으로 나아간다는 데 의견 일치를 봤다. 이에 따라 북한이 조만간 비핵화 남북 회담을 정식으로 제안해 올 경우 사상 첫 남북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첫발을 뗀 뒤다. 크게 세가지 난관이 예상된다. 먼저 비핵화 남북회담 의제의 불일치 가능성이다. 정부는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북한의 책임있는 조처가 6자회담 재개의 전제 조건은 아니라면서도 “이 부분이 정리되지 않고서는 (회담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이 분명하다”(고위 당국자)며 사실상 연계 전략을 펴고 있다. ‘북한의 사과를 받아야 6자회담이 가능하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가 실린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비핵화 남북회담에서 이 문제를 의제화할 경우 북한이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주변국들에도 정부가 6자회담 재개의 발목을 잡으려 한다는 인상을 줄 소지가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이 이슈를 분리해 군사회담 등 별도의 남북 대화 채널에서 다룰 가능성도 제기된다.
천안함·연평도 문제를 별도 회담으로 떼어낸다고 해도, 비핵화 남북회담의 진전을 낙관하긴 어렵다. 정부는 북한이 남북회담을 통해 가시적인 비핵화의 진전을 보여줘야 이후 북-미 회담과 6자회담으로 나갈 수 있다는 태도다. 이를 위해선 한·미가 제시한 비핵화 선행조처 목록의 일부라도 북한이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게 정부 판단으로 보인다. 비핵화 선행 조처엔 △북한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 중단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중지 △영변 핵시설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접근 등이 포함된다.
반면에 북한과 중국은 이들 조처는 6자회담을 통해 논의해야 할 주제들인 만큼, 남북회담이 열리면 일단 북-미 회담으로 가자는 주장을 펼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미국의 선택이 중요하다. 현재로선 “남북 대화에서 성과가 있어야 북-미 회담으로 갈 수 있다는 데 한·미가 일치”(고위 당국자)하고 있다. 그러나 남북회담이 계속 교착될 경우, 미국이 북한 핵문제의 시급성을 고려해 직접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겠다고 정부를 압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에 대한 성격 규정 문제도 6자회담 재개 앞에 가로놓인 암초다. 한·미는 6자회담 전에 반드시 ‘이 문제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국제사회의 성격 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반면 북·중은 이는 6자회담에서 논의하면 될 문제라는 태도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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