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전 초대소서 메시지 들어…청 “2년전부터 해오던 얘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했다고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28일 전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크게 의미를 둘 것 없다”며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2박3일간의 북한 방문 일정을 마치고 서울에 온 카터 전 대통령은 이날 서울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 위원장이 이명박 대통령과 언제든지 만나 모든 주제에 대해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북한은 여러차례 남한 당국에 남북대화를 촉구해 왔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서 정상회담 개최 의사를 밝힌 것은 처음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년 전부터 해 오던 얘기로 새로운 게 없다. 북한이 어떻게 하겠다는 전제가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다”며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다.
카터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남북 정상회담 제안과 관련해 “김 위원장을 만나지는 못했으나 오늘 초대소를 떠나서 공항으로 가던 길에 초대소로 다시 와달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카터 전 대통령과 동행했던 메리 로빈슨 전 아일랜드 대통령은 “(되돌아갔더니) 리용호 외무성 부상이 와서 중요 메시지라며 봉투를 꺼내 (김 위원장의 친서를) 읽었다”며 “정상회담뿐 아니라 모든 사안에 대해 조건 없는 대화 용의를 밝힌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터 전 대통령은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선 “북 관리들은 군이나 민간인이 숨진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했으나 사과하거나 연관성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로빈슨 전 아일랜드 대통령은 북한 식량 사정과 관련해 “유난히 추웠던 겨울, 홍수, 구제역 등으로 어느 때보다 상황이 심각하고 미국과 한국이 식량 지원을 중단해서 더욱 악화됐다고 할 수 있다”며 인도적 지원을 촉구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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