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 간 원자바오 연쇄회의…중국 본토선 김정일 일행 맞아
한·중·일 정상회의와 함께 한-중, 중-일 간 개별 정상회담이 22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시각 중국에서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태운 특별열차가 상하이와 가까운 양저우를 향했다. 김 위원장의 공식 방중 일정은 일체 베일에 싸여 있지만, 양국 관계 등을 고려할 때 후진타오 주석과 김 위원장의 양국 정상회담이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치르고 있는 이러한 동시 외교는 유례가 드물다는 점에서 국제정치적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한·중·일 정상회의가 오래전부터 예정됐던 일정인데도 같은 시기에 중국이 북한 지도자를 초청해 정상 외교를 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일각에서는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동북아의 안정을 중시하는 중국의 처지에서는 대립적이라기보다는 상호보완적으로 양쪽을 보고 있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는 “중국이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북한이 군사적 방식 대신에 개혁개방의 길을 채택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한·중·일 정상회의 일정 기간이라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방문하겠다고 하면 중국으로서는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도 “도쿄 3국 정상회의와 김 위원장의 방중이 겹치는 것은 치밀하게 기획된 것이라기보다는 우연인 듯하다”며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대화 모멘텀을 찾고 있는 북한이 중국 방문을 그런 기회로 활용하려는 것 같다”고 밝혔다.
도쿄 3국 정상회의에는 당 서열 3위인 원자바오 총리가 참석하고, 북-중 정상회담에는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데 대해서도 중국의 통상적인 외교행위의 결과라는 해석이 많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다자회담에서 지역협력 성격의 회담, 경제적 성격이 뚜렷한 회담은 원자바오 총리가 참석하고, 정치성이 강한 회담은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참석하는 식의 역할 분담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중·일 정상회의는 그동안 네차례 모두 원자바오 총리가 참석해왔다. 하지만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중국이 주석과 총리가 역할 분담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후진타오 주석이 1년 사이에 김 위원장을 세차례나 초청해 만나는 것 자체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강화된 북-중 간의 긴밀한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철 선임기자,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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