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5개 상임이사국 지지 확보…재선 무난할 듯
“미국 뜻 동조…강대국 인권엔 소극적” 비판
“미국 뜻 동조…강대국 인권엔 소극적” 비판
오는 연말로 5년 임기가 끝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연임에 나선다.
반기문 총장이 6일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다중적인 범세계적 위기 속에서 유엔이 직면해 있는 여러 현안들을 완수하기 위해 회원국이 원한다면 5년 더 일을 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올해 말 5년 임기가 만료되는 반 총장이 공식적으로 재선을 선언함에 따라 사무총장 추천 권한을 갖고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번주 안에 비공개 회의를 열어 반 총장을 단독 후보로 유엔 총회에 추천할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현재 반 총장은 사무총장 후보 추천 및 거부권을 갖고 있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의 지지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경쟁자도 없어 돌발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 한 재선은 무난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945년 유엔 출범 이후 사무총장을 지낸 7명 가운데 반미 성향이 강했던 6대 부트로스 부트로스갈리를 제외한 모든 사무총장이 재선에 성공했다.
반 총장은 취임 이후 카리스마가 부족하며, 미국 편향적이고, 중국·러시아 등 강대국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에 대해서는 소극적으로 다룬다는 등의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한미국대사가 2006년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이던 반 총장의 유엔 사무총장 출마에 대해 “그는 천성적으로 미국의 모든 것에 동조적”이라며 반 총장의 당선이 미국에 유리하다고 본국에 보고한 내용이 지난해 내부고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를 통해 공개된 바 있다.
그러나 반 총장은 올해 초 시작된 중동·북아프리카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처음부터 시위대의 정당성을 옹호하며 발빠르게 무력진압 중단을 촉구했다. 리비아 국가지도자인 무아마르 카다피와 전화통화를 하며 강경진압에 대해 강하게 경고할 뿐 아니라 직접 이집트·튀니지를 방문하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유럽연합(EU) 및 주요 8개국(G8) 의장국인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 등과 만나 이 문제를 협의하는 등 이전과 달리 강한 모습을 보여왔다. 또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국제적 리더십을 확보할 수도 있었고, 재선도 안보리 각국 정상들로부터 확답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에게 비판적이었던 휴먼라이츠워치와 같은 인권단체도 “최근 몇달간 반 총장이 이집트·리비아·코트디부아르 등에서 일어난 인권침해에 대해 좀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인정했다.
반 총장은 재선에 성공할 경우, 2기 임기의 최우선 과제로 기후변화협약을 들었다. 또 안보, 발전, 인권 등 유엔이 추구해야 할 3가지 가치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아직 해결되지 않은 중동·북아프리카 민주화, 수단 사태 등도 과제로 남아 있다.
유엔 사무총장은 안보리가 비공개 회의를 거쳐 단수 후보를 뽑아 유엔 총회에 추천하면, 총회가 이를 추인하는 형태로 선출된다.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5개 상임이사국을 포함해 9개 이사국의 찬성이 있어야 된다. 안보리는 이달 말께 반 총장 연임 문제를 매듭지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총회에서는 1971년 4대 쿠르트 발트하임 사무총장 이후 투표 없이 박수로 승인하는 것이 관례가 돼왔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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