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찬룽 중국인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
진찬룽 중국인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
진찬룽 중국인민대학 국제정치학원 부원장은 7일 한국의 대미의존 외교와 관련해 “장기적 관점에서 한쪽으로 치우치지 말고 중국과도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한겨레>와 만난 자리에서 “중국이 서구와 같은 산업화 기술을 가지게 되면 세계 최강이 되는 것을 누구도 막을 수 없다”며 “한국이 이 부분을 명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진 부원장은 현재 중국 전국국제학협회 부회장, 전국인민대표회의 정책계획 자문 등으로 활동하는 대표적인 중국 학자로, 중국의 외교정책과 중미 관계 등이 주요 연구분야이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중이 이례적으로 잦은데.
“북한이 안보뿐 아니라 경제 개발에 중점을 두는 것 같다. 북한은 정권 세습을 앞두고 더 나은 정치적 유산을 남기고 싶어하는 것 같다. 그런데 천안함·연평도 사건으로 북한이 더욱 고립되자, 현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것 같다.”
-최근 북한의 중국 의존도가 커지는 데 대한 우려가 있는데.
“북한은 중국에만 의존하지 않고, 다각화하려 노력하고 있다. 스웨덴과는 리바이스 청바지 공장을 합작했고, 쿠웨이트에 직항기를 띄우기도 했다. 남한과 일본, 미국 등과도 교류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정치적 긴장으로 안 되고 있을 뿐이다. 북한의 중국 의존은 단기적이고 일시적이 될 것이다. 북중 경제 협력은 북한의 연착륙에 도움이 된다. 중국이 원하는 것은 북한의 개혁·개방이다. 그렇게 나아갈 때 북한은 이데올로기가 아닌 국익, 국방이 아닌 경제를 우선시하는 정상국가가 된다.”
-북한이 최근 남한 정부와 상종 안 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는데.
“북한이 남한 정권에 실망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 남북 정상회담을 해도 더 얻을 게 없다고 생각하고 다음 정권을 기다리자고 생각하는 것 같다.”
-6자회담이 장기 공전상태다.
“6자회담 3단계 해법은 미국의 아이디어였고, 중국도 동의했다. 따라서 중국이 북한을 설득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다른 대안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중국은 G2 개념을 거부한다. 2009년 1월 원자바오 총리가 오바마 미 대통령을 만났을 때도 이 점을 분명히 했다. 경제적으로도 중국은 개도국이다. 한반도 정책은 3가지 목표가 있다. 전쟁 반대(No War), 핵무기 반대(No Nuclear), 혼란 방지(No Chaos) 등 3노(No)다. 중국이 미국과 함께 앉아서 한반도의 미래를 결정하는 시나리오는 없다.”
-남북관계와 관련해 제안할 게 있다면?
“북한은 핵이 정권안보를 담보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북한의 핵무기는 수준이 낮고 숫자도 적어서 방어용으로도 별 쓸모가 없다. 이런 것을 붙들고 고립을 자초하는 것은 바보다. 남한은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단기적으로 화가 나는 일이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북한은 더 이상 상대가 안 된다. 큰 그림을 보고 가야 한다. ”
글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사진 김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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