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오른쪽)과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정부중앙청사 별관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한-미-중 숨가쁜 외교전
남북→북미→6자 대화 순서
북쪽 대화거부로 고리 끊겨
중국 ‘판바꾸기’ 가능성도
남북→북미→6자 대화 순서
북쪽 대화거부로 고리 끊겨
중국 ‘판바꾸기’ 가능성도
북한의 남북 비밀접촉 폭로와 남북대화 거부 선언 뒤 6자회담 관련국 사이 오간 숨가쁜 외교 교섭의 잠정 결과가 10일 드러났다. 한국과 미국은 ‘남북 비핵화 회담→북-미 대화→6자회담’의 3단계 6자회담 재개 방안을 계속 추진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한 반면, 중국은 미묘한 흔들림을 보였다.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10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별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과 중국, 한국은 (6자회담에 대한) 접근 방식에서 많은 공통점이 있지만, 약간의 차이점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6~8일 방중했던 캠벨 차관보는 이날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 김재신 차관보,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연쇄 회동했다. 위 본부장도 8~9일 중국을 방문했다.
공통점은 남북대화가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인식이다. 차이점에 대해 정부 고위 당국자는 “6자회담 재개 시점에 대해 우리는 남북대화를 출발점으로 한 양자대화를 통해서 여건 조성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중국은 남북대화 과정이 잘돼서 가급적 빨리 (6자회담이) 됐으면 좋겠다는 입장”이라고 요약했다. 캠벨 차관보는 “(미국은) 남북관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하며, 중국이 그 과정을 돕도록 노력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위 본부장과 만난 그리고리 로그비노프 러시아 6자회담 차석대표도 남북대화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중국의 태도는 북한의 폭로 이전까지 3단계 접근방안에 대해 분명한 동의를 표했던 것과는 달라진 것이다. 고위 당국자는 “지난번엔 우리 수순에 전적으로 동의했지만, 이번엔 북한의 입장 표명 등을 보고 (‘남북대화 우선’ 방침 고수가 어려워졌다고) 약간 영향을 받은 인상”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앞으로 비핵화 남북회담에 대한 북한의 거부가 분명해질 경우 판을 바꿔 6자회담 수석대표 긴급회동을 제안하거나 북-미 대화를 촉구하는 식으로 ‘남북대화 우선’ 합의를 깨고 돌아서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불투명해진 3단계 접근법의 운명은 이어질 북-중과 한-미 사이 고위급 조율 결과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높다. 이날 리위안차오 중국 공산당 중앙조직부장과 왕자루이 대외연락부장이 북한을 방문했고, 24일엔 김성환 장관이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의 초청으로 미국을 방문한다. 특히 중국이 앞으로 6자회담 재개 수순과 조건을 두고 북한과 어떤 절충점을 만들어낼지가 관전 포인트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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