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장관 “천안함은 남북이슈, 비핵화는 국제이슈”
미 클린턴 장관 “6자회담 재개전 남북 관계개선 우선”
미 클린턴 장관 “6자회담 재개전 남북 관계개선 우선”
한국과 미국은 2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양국 외교장관 회담을 열어 북-미대화와 6자회담 개최를 위해선 “남북관계 개선이 우선”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이날 회담 뒤 “북한이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해야만 한다는 공통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북한의 남북비밀접촉 공개와 남북관계 단절 선언에도 불구하고, 6자회담 재개 전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을 포함한 행동의 변화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한·미의 기존 방침을 계속 유지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는 곧 ‘남북대화→북미대화→6자회담’으로 이어지는 기존의 6자회담 3단계 접근법의 유효성을 재확인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회담 뒤 “첫 단계로 건설적인 남북간 ‘비핵화’ 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도 이번 회담의 가장 큰 의미로 “북한의 (남북 비밀접촉 폭로) 성명 후 남북대화가 생략되는 것이 아니냐는 인식이 일부에서 있었지만, 그래도 미국은 남북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인 것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회담에서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를 비핵화 협상 트랙과 논리적으로 분명히 분리한 것은 이전보다 반 발짝쯤 나아간 대북 메시지로 볼 수 있다. 김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천안함, 연평도는 남북 이슈이고 비핵화는 국제적 이슈로서, 반드시 연계된 것은 아니다”라고 두 사안의 성격을 구분했다. 국제적 이슈인 비핵화 논의의 첫 단계인 남북 비핵화 회담은 북한의 천안함·연평도 사과 없이도 시작될 수 있다는 점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김 장관은 “천안함, 연평도(사과)가 6자회담에 영향을 안 미칠 수는 없다”고 덧붙여, 6자회담의 진전을 위해선 어느 시점에선 북한의 사과 문제가 정리돼야 한다는 뜻도 드러냈다.
북한은 회담 뒤인 25일(한국시각)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이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문답하는 형식을 통해 “괴뢰패당이 안팎으로 고립되자 북남 비핵화회담과 ‘천안호’ ‘연평도’ 사건은 별개라며 ‘분리대응’을 떠들고 있다”며 “(남쪽이) 진짜 북남대화에 관심이 있다면 그 무슨 ‘전제조건’이라는 것을 전면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전제조건’은 정부가 남북 비핵화 회담을 통해 제시할 비핵화 선행조처들을 겨냥한 것으로, 비핵화 선행조처의 요구 강도를 낮춘다면 비핵화 남북회담에 응할 수 있다는 의사 표시로 볼 수 있다는 풀이도 나온다. 그러나 조평통이 비핵화가 아닌 남북관계 담당 부서라는 점에서 한-미 외교장관 회담 결과에 대한 직접 반응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이번 회담은 비핵화와 관련된 남북대화를 거쳐야 북-미대화와 6자회담으로 갈 수 있다는 시그널을 보내는 동시에 북한에도 남북관계와 비핵화 문제를 구분해 대응할 여지를 만들어준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한·미가 중국과 견해를 조율해 공동으로 북한을 설득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손원제 기자,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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