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쓰전기산업의 여성 직원 6명
일 고마쓰전기 여직원들, 안중근기념관 등 찾아 역사체험 연수
“사업을 위해서는 나라간 우호가 중요하고, 그러려면 서로 역사를 알고 이해해야 한다는 사장님의 뜻에 따라 왔습니다. 늘 여성이 세상을 바꾼다고 말씀하시거든요. 실제로 와서 보니 감동이 더합니다.”
지난달 중순 1주일 가까이 서울 남산의 안중근의사기념관, 서대문형무소 등 일제 침략 유적지를 답사한 고마쓰전기산업의 여성 직원 6명(사진)은 한결같이 진지하고 숙연한 자세로 소감을 밝혔다. 이들에게 이처럼 특별하면서도 이색적인 사원 연수 프로그램을 제공한 ‘사장님’은 바로 안 의사 숭모자이자 평화운동가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고마쓰 아키오다.
방충·방한·방풍 기능을 갖춘 스피드 자동문 ‘몬반’(문지기)을 개발해 일본 시장을 독점할 정도로 탄탄한 중견기업인 고마쓰전기의 전제 직원은 96명, 이 가운데 11명인 여성 직원의 절반 이상이 이번에 서울 연수를 한 셈이다.
“교과서에는 ‘조선인 안중근에게 총에 맞아 죽었다’고 한 줄 나와 있을 뿐이어서 잘 몰랐던 이토 히로부미의 식민지 정책과 침략상을 이번에 알게 됐습니다.”(시라사카) “기념관에서 안 의사의 어머니(조마리아)께서 ‘나라의 독립을 위해 나섰으니 두려워 말고 당당하게 사형을 받아들이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고 놀라워서 눈물이 날 뻔했습니다.”(가와나카) “서대문형무소의 고문 도구들을 보고 소름이 돋았고, 수감됐던 독립운동가들 사진 속 모습이 너무 젊어 충격적이었습니다.”(이시하라) “안 의사가 순국했을 때 나이가 32살로 저보다 훨씬 어렸던데, 어떻게 그렇게 훌륭한 뜻을 실천할 수 있었는지 상상하기 어려웠습니다.”(요시오카)
한명만 빼고는 모두 한국에 처음 왔다는 이들은 일본의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 높은 ‘한류 관광’을 즐기지 못한 아쉬움보다는 ‘새로운 역사적 사실에 눈뜨게 돼 훨씬 유익했다’고 입을 모았다.
“지금 우리 세대가 과거 원한의 역사를 바꿀 수는 없지만 앞으로 미래 평화를 위해서 협력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분명히 깨닫게 해준 기회였습니다.” 고마쓰 사장이 세운 재단인 인간자연과학연구소 이사이자 중국계인 웨이 야링은 이런 교류 활동이 한·중·일 합동 평화박물관 설립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했다.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사진 인간자연과학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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