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국방장관 회담 의미
“전략적 동반자관계 걸맞은 수준”
국방부 ‘상당한 성과’ 평가
한미동맹과 균형 맞추는 게 과제
“전략적 동반자관계 걸맞은 수준”
국방부 ‘상당한 성과’ 평가
한미동맹과 균형 맞추는 게 과제
15일 저녁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8차 한-중 국방장관 회담은 고위급 국방전략대화 협의체제 구축과 군사협력 관계 복원을 가시적 성과물로 내놨다. 하지만 이런 성과물의 내실을 얼마나 채울지는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다.
우선 상호 교환방문 형식의 국방전략대화를 정례화하고 이달 말 서울로 첫 회의 일정까지 확정한 것은 돋보이는 성과다. 국방전략대화는 의제를 한반도에 국한하지 않기에, 두 나라 정부가 모든 이슈에 대해 터놓고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대화창구를 만들었다는 의미가 있다. 차관급으로 대화채널의 격도 높아 포괄적 협력관계 증진의 주춧돌이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군사교류 재개도 눈에 띄는 성과다. 한국은 1999~2004년 사이 중국 뤄양(낙양)군사어학원에 소령~위관급 장교 24명을 파견해 연수를 받도록 했는데, 이를 7년 만에 재개하고 점차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재난구조 상호지원 양해각서 체결, 내년 수교 20돌 기념 국방분야 공동사업 추진도 두 나라 관계를 돈독히 하는 데 일조할 수 있는 사업들이다. 임관빈 국방부 정책실장은 “지난해 천안함·연평도 사태 뒤 다소 소원해진 한-중 군사분야 협력을 복원하고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에 걸맞은 군사교류 수준을 갖추게 된 것으로 보면 된다”고 회담 의의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좋은 틀거리에 얼마나 좋은 내용물을 채워넣을지는 미지수다. 한-미 군사동맹이나 북한을 바라보는 두 나라의 시각차이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천안함 사태 뒤 미 항공모함의 서해 진입에 중국이 예민하게 반응한 것에서 볼 수 있듯, 중국은 한-미 동맹이 북한을 억지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것을 극도로 경계한다. 반면 미국은 14일 한국을 찾은 마이크 멀린 합참의장이 한·미·일 집단안보체제 필요성을 역설했듯이 사실상 중국을 포위하는 안보블록에 한국을 동원하려 한다.
결국 한-미 동맹과 중국과의 협력 강화라는 조화롭기 어려운 두가지 전략 목표 속에서 우리 정부의 균형 잡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번 회담이 이명박 정부 출범 뒤인 2008년 한·중 두 나라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선언하고도 실제 관계는 더 악화한 전례를 다시 밟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중국 총참모장, 김관진 장관 만나 미국 비난 왜?
한미동맹 강화에 우회적 경고
미-중 싸움에 낀 한국 처지 절감 천빙더 중국 인민해방군 총참모장이 지난 14일 김관진 국방장관과의 회담에서 작심한 듯 미국을 맹비난한 배경을 둘러싸고 해석이 분분하다. 천 총참모장은 이날 한국 기자들도 지켜보는 앞에서 김 장관에게 환영과 축하 인사를 건넨 뒤 곧바로 미국에 대한 강경 발언을 15분이나 이어갔다. 다분히 의도된 발언으로 읽힌다. 우선 미-중 사이에 남중국해에서의 군사훈련과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 판매 등을 둘러싸고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동맹인 한국을 통해 미국을 향한 강력한 불만 메시지를 다시 한번 강조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배석했던 한국 쪽 관계자는 15일 “바로 직전에 마이크 멀린 미국 합참의장이 중국을 다녀간 상황에서 성과가 만족스럽지 않았던 것 같다”며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과의 회담을 통해 중국의 입장을 다시 강조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중 강대국 사이의 싸움에 우리가 끼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최근 남중국해에서의 항해 자유를 강조하면서, 베트남·필리핀과 잇따라 군사훈련을 했다. 천 총참모장은 지난 11일 베이징에서 멀린 의장과 회담한 뒤 연 기자회견에서도 “미국은 남중국해 분쟁에 개입할 의지가 없다고 하지만, 미국의 행동은 그와는 반대의 신호를 주고 있다”고 미국을 비판했다.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는 “아시아에 군사력을 투사하는 미국의 행동에 대한 중국 군부의 불만을 한국을 통해 전달하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천 총참모장이 “미국 사람들과 무슨 문제를 토의할 때는 어려움이 많다. 한국과 미국도 동맹이지만 그런 느낌을 받을 것”이라며 ‘한-미 동맹’을 거론한 것을 두곤, “미국과의 관계를 계속 강화하고 있는 한국에 대한 경고”(베이징 외교소식통)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연수 국방대 교수는 “중국은 천안함·연평도 사태를 계기로 한국이 미국 항공모함을 자기네 앞바다인 서해로 불러들였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한-미의 군사협력 강화를 억제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김 장관보다 격이 낮은 총참모장이 강경 발언을 한 배경을 두곤, “장관 회담에선 격식을 갖춰야 하니, 총참모장이 미리 군부의 속내를 밝히는 식으로 중국 내부의 조율이 있었을 것”(국책연구기관의 국방 전문가)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한편, 마이크 멀린 미 합참의장도 이날 일본 도쿄 주재 미 대사관에서 열린 중국 등 아시아 방문 결산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중국은) 갈 길이 멀다”며 “두 나라 사이에는 여전히 극명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손원제 기자,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wonje@hani.co.kr
중국 총참모장, 김관진 장관 만나 미국 비난 왜?
한미동맹 강화에 우회적 경고
미-중 싸움에 낀 한국 처지 절감 천빙더 중국 인민해방군 총참모장이 지난 14일 김관진 국방장관과의 회담에서 작심한 듯 미국을 맹비난한 배경을 둘러싸고 해석이 분분하다. 천 총참모장은 이날 한국 기자들도 지켜보는 앞에서 김 장관에게 환영과 축하 인사를 건넨 뒤 곧바로 미국에 대한 강경 발언을 15분이나 이어갔다. 다분히 의도된 발언으로 읽힌다. 우선 미-중 사이에 남중국해에서의 군사훈련과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 판매 등을 둘러싸고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동맹인 한국을 통해 미국을 향한 강력한 불만 메시지를 다시 한번 강조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배석했던 한국 쪽 관계자는 15일 “바로 직전에 마이크 멀린 미국 합참의장이 중국을 다녀간 상황에서 성과가 만족스럽지 않았던 것 같다”며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과의 회담을 통해 중국의 입장을 다시 강조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중 강대국 사이의 싸움에 우리가 끼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최근 남중국해에서의 항해 자유를 강조하면서, 베트남·필리핀과 잇따라 군사훈련을 했다. 천 총참모장은 지난 11일 베이징에서 멀린 의장과 회담한 뒤 연 기자회견에서도 “미국은 남중국해 분쟁에 개입할 의지가 없다고 하지만, 미국의 행동은 그와는 반대의 신호를 주고 있다”고 미국을 비판했다.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는 “아시아에 군사력을 투사하는 미국의 행동에 대한 중국 군부의 불만을 한국을 통해 전달하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천 총참모장이 “미국 사람들과 무슨 문제를 토의할 때는 어려움이 많다. 한국과 미국도 동맹이지만 그런 느낌을 받을 것”이라며 ‘한-미 동맹’을 거론한 것을 두곤, “미국과의 관계를 계속 강화하고 있는 한국에 대한 경고”(베이징 외교소식통)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연수 국방대 교수는 “중국은 천안함·연평도 사태를 계기로 한국이 미국 항공모함을 자기네 앞바다인 서해로 불러들였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한-미의 군사협력 강화를 억제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김 장관보다 격이 낮은 총참모장이 강경 발언을 한 배경을 두곤, “장관 회담에선 격식을 갖춰야 하니, 총참모장이 미리 군부의 속내를 밝히는 식으로 중국 내부의 조율이 있었을 것”(국책연구기관의 국방 전문가)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한편, 마이크 멀린 미 합참의장도 이날 일본 도쿄 주재 미 대사관에서 열린 중국 등 아시아 방문 결산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중국은) 갈 길이 멀다”며 “두 나라 사이에는 여전히 극명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손원제 기자,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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