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만난 남북 6자대표…비핵화회담 잘 풀까
6자회담 청신호 켜졌지만 양쪽 입장차 커 난관 예상
남, 진정성 요구하려 들고 북, 대미접촉의 수단 여겨
6자회담 청신호 켜졌지만 양쪽 입장차 커 난관 예상
남, 진정성 요구하려 들고 북, 대미접촉의 수단 여겨
22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남북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은 2년7개월 동안 중단됐던 6자회담을 재개하기 위한 필수적 절차로 남과 북이 먼저 만난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6자회담 관련국 사이에서 공감대를 형성해온 3단계 6자회담 재개 방안(남북 비핵화 회담 → 북-미 접촉 → 6자회담 재개)의 첫 단추를 끼운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회담이 성사되기까지 남과 북은 팽팽한 기싸움을 벌여왔다. 남쪽은 ‘남북 비핵화 회담 우선 개최’를 고수했다. 반면에 북쪽은 남북대화를 우회해 북-미 대화로 ‘직행’하려는 의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최근 남쪽이 ‘천안함·연평도 사과’와 남북 비핵화 회담의 연계를 거둬들이는 등 유연한 대화 신호를 발신하면서 북쪽의 반응에서도 변화가 감지됐다. 애초 포럼 대표단 명단에 없던 리용호 부상이 21일 갑자기 발리행 항공기에 몸을 실었다. 북쪽은 리 부상이 신임 6자회담 수석대표에 임명됐음을 남쪽과 중국, 러시아 등에 22일 통보했다.
이날 남북회담으로 북-미 대화와 6자회담 재개에 청신호가 켜진 것은 분명하다. 23일 포럼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한 남북 외교장관의 회동까지 성사되면, 이 흐름은 더욱 빨라질 터이다. 그러나 난관은 여전히 남아 있다.
무엇보다 남북 비핵화 회담을 바라보는 남과 북의 시각차가 뚜렷하다. 회담 고위 관계자는 “남북대화를 통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 같은 비핵화 선행조처를 포함한) 모든 비핵화 이슈를 다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다. 1·2단계(남북대화, 북-미 대화)를 망라해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했지만, 남쪽은 기본적으로는 남북 비핵화 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성의가 일정하게 확인돼야 북-미 대화로 넘어갈 수 있다는 태도다. 하지만 북쪽은 이를 북-미 대화와 6자회담으로 넘어가기 위한 형식적 ‘통과의례’로 치부하려는 흐름이다. 남북의 ‘동상이몽’이 극복되지 못할 경우 비핵화 협상의 순탄한 진전도 장담할 수 없다.
이런 차이를 반영하듯 남북은 다시 남북 비핵화 회담을 열 것인지 여부도 이날 결정하지 못했다. 회담 고위 관계자는 “회담을 다시 여는 문제는 다시 협의해서 정하기로 했다”며 “다만 한 번 회담을 했으니 이번처럼 준비 과정이 지난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남북 비핵화 회담이 실질적 성과를 낼 때까지 북-미 직접대화를 참고 기다려줄지도 이후 협상 흐름을 좌우할 중요한 변수다. 일부에선 미국이 핵실험 등 북한의 강경행동을 저지하기 위해 남북대화를 남쪽에 강하게 촉구한 것이 이번 회담 성사의 주요 동인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후 남북회담에 대한 한-미의 공동평가 과정에서 미국 쪽이 대화 흐름 촉진을 명분삼아 남북대화와 북-미 대화 병행 필요성을 타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 당국자도 “23일 한-미 외교장관 회담과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등에서 같이 그 문제를 평가해 봐야 한다”며 “두 대화가 같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될 경우 북쪽이 미국과의 대화에 치중하고 남북회담엔 큰 의미를 두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발리/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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