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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한국정부 외교적 대응 한계
‘과잉대응’으로 이슈 키워줘

등록 2011-08-01 20:27수정 2011-08-01 23:03

일본 자민당 일부 의원들의 울릉도 방문을 위한 한국 입국 시도 소동을 계기로 한국 독도 외교의 현주소를 다시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작은 도발이 거대한 눈사태로 확대되기까지는 중심을 잡지 못한 정부의 외교적 대응의 한계도 한몫했다는 비판이다.

사태의 출발은 미약했다. 일본 야당인 자민당은 신도 요시타카 의원 등 4명을 영토특명위원회의 이름으로 울릉도에 파견하기로 하는 등 처음부터 이 사안을 이슈화하기 위해 애썼다. 그러나 일본 언론들은 이들의 행동에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일부 의원의 돌출행동으로 치부하는 분위기였다. 신도 의원이 지난달 15일 기자회견을 열어 울릉도 방문 계획을 공식 발표했지만, 이를 기사화한 곳은 우익을 대변하는 <산케이신문> 하나뿐이었다.

해프닝에 그칠 수도 있었던 이들의 행보에 탄력을 준 건 한국의 정치권, 특히 이재오 특임장관이었다. 이 장관은 지난달 16일과 17일 잇따라 자신의 트위터에 “모든 조직을 동원해서라도 국민의 이름으로 (이들의) 울릉도 진입을 막겠다”고 썼다. 정부 실력자가 강경대응을 언급하자, 한국 여론의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정부도 총리실 산하 독도영토관리대책반 회의를 여는 등 부랴부랴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이때까진 일본 의원들의 입국을 자진 철회하는 쪽으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되, 끝내 입국을 강행할 경우 입국 금지를 통해 조용히 되돌려보내자는 견해가 우세했다. 외교 당국자들은 “이 문제를 키워봐야 자민당 극우파들의 노림수에 말려들 뿐”이라며 사태 확산을 경계했다.

일본 언론의 관심도 이때까진 제한적이었다. 이 장관 발언 직후 일본의 전국지에 나온 관련 보도는 26일까지 3건이 추가됐을 뿐이다.

파문 확산의 결정적 계기는 이명박 대통령이 제공했다. 이 대통령이 26일 김황식 국무총리의 주례보고 때 “일본 의원들이 입국할 경우 신변안전을 책임지지 못하니 한국 방문을 하지 말라”는 내용의 공식 문서를 일본에 보내라고 지시한 사실이 27일 보도되면서 이 문제는 대통령까지 나선 최대의 외교적 현안으로 떠올랐다. 정부의 외교 대응 기조도 전면적으로 바뀌어, 급기야 29일엔 주한 일본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입국 금지’ 방침을 공식 통보했다. ‘조용한 외교’는 온데간데없어졌다. 일본 언론의 본격 보도가 시작된 것도 이 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지면서부터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독도 외교는 갈수록 자신의 원래 목소리를 잃고 정치권과 대통령, 보수 여론의 강경대응 주문을 복창하는 ‘앵무새’가 됐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일단 강경대응의 트라이앵글에 갇히면 어느 정부도 합리적 대응이 어렵다”며 “작은 도발에 너무 큰 대응을 해 결과적으로 일본 의원들의 의도에 말려든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2일 발간되는 일본 <방위백서>에 대한 외교적 대응은 국내 정치적 요구에 종속되지 않는, 단호하고 냉정한 ‘맞춤형’으로 진화돼야 한다는 자성도 일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방위백서가 매년 정례적으로 발간됐고, 기술 내용이 2005년 이후 같은 표현을 쓴 점, 우리가 과도하게 대응할 경우 일본의 의도대로 국제분쟁화 전략에 말려들게 된다는 점 등을 고려해 예년 수준에서 외교적으로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손원제 기자, 도쿄/정남구 특파원 wonje@hani.co.kr



입국거부 법적 근거는 출입국관리법 제11조

“대한민국 공공안전 해칠 염려”

1일 입국하려던 일본 자민당 의원들을 공항에서 돌려보낸 법적 근거는 출입국관리법 제11조에 있다.

법무부는 출입국관리법에 법적 근거가 있다고 밝혔다. 이 조항의 3항과 8항은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에 대해 법무부 장관이 입국을 거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영유권과 관련된 논란을 일으키기 위해 입국하려는 것이 명백하므로, 대한민국의 국익에 반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만약 이들이 입국을 하게 되면, 이날 김포공항 앞에 모인 범국민운동본부·특수임무수행자회 등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 ‘공공의 안전’이 침해당할 수 있다는 점, 독도 영유권 문제를 국제적인 이슈로 만들어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려는 일본 쪽 태도에 비추어 ‘외교적 불이익’이 예상된다는 점 등을 두루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외국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2009년 쿠릴열도 분쟁을 의식한 러시아 정부는 일본 외무성 직원 등의 입국을 금지한 바 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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