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외교 굴욕…미국 “동해, 일본해로 써야”

미국 기상청 정보 센터(maps.ngdc.noaa.gov) 누리집에서 제공하는 해양 지구물리학 지도의 동해 부분 갈무리. 일본해로 단독기재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국제수로기구(IHO)도 이 지도를 사용한다.

미, 국제수로기구 공식의견 요청에 ‘일본해’ 표기 지지
영국도 “일본해” 의견…정부 “동해와 병기해야” 항의

미국이 한국의 영해인 동해를 일본해(Sea of Japan)로 단독표기해야 한다며 일본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한국이 대미외교전에서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8일 외교가에 따르면, 미국은 최근 국제수로기구(IHO)가 동해 표기에 대한 공식의견을 제출해달라는 요청에 대해 “동해를 일본해로 단독표기해야 한다”는 공식 의견을 서한 형태로 제출했고 국제수로기구는 이를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미국 외에 영국도 동해를 일본해로 단독 표기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 정부는 미국의 이런 처사는 일방적으로 일본의 입장을 옹호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항의한 뒤, 한·일 양국의 입장을 균형있게 반영해 동해와 일본해 표기를 병기해야 한다는 뜻을 외교경로를 통해 미 정부에 전달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정부의 공식 입장은 아니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해당 수로기구가 정부 예산으로 운영되는 것이어서 사실상 일본해 단독표기는 미국 입장이 반영된 것이라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IHO는 1929년과 1937년, 1953년 등 세 차례에 걸쳐 바다 이름 표기 규정을 채택했는데, 당시 우리나라는 일제 치하와 한국전쟁을 겪고 있어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해 지난 수십년간 동해가 ‘일본해(Japan Sea)’로 표기돼왔다. 이후 우리 정부는 1992년 8월 정부 차원에서 ‘East Sea’를 동해의 공식 영문명칭으로 결정하고 이를 국제적으로 병기하도록 추진하고 있다. 또 국내에서 제작되는 영문지도와 서적 등에는 ‘East Sea’만을 표기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IHO 실무그룹 의장은 일본해를 단독표기하되 한국의 병기입장을 반영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한국 정부는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동해와 일본해 표기를 병행해야 한다는 공식 견해를 IHO에 제출했다. 이에 따라 향후 IHO의 동해 표기 문제를 둘러싸고 한ㆍ일 간 치열한 물밑 외교전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