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순서 바뀌어도 병행해야”
‘선행조처’에 대한 북 태도 관건
‘선행조처’에 대한 북 태도 관건
인도네시아 발리의 남북 비핵화 회담(7월22일)과 뒤이은 뉴욕 북-미대화(7월28~29일)가 이뤄진 지 한달여가 흘렀다. 정부는 9월 중 2차 남북 비핵화 회담과 북-미대화의 병행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8월 한달여 사이 남북과 북-미를 뺀 관련국 협의는 계속 이어졌다. 4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과 우다웨이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 만찬, 8일 한-러 외교장관 회담, 24일 북-러 정상회담, 25일 한-중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 26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다이빙궈 중국 국무위원 회동 등이 열렸다. 2차 남북 회담 및 북-미대화의 속개 여부와 수위를 가늠하기 위한 전초전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여전히 6자회담으로의 직행에 무게를 실었다. 김정일 위원장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전제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를 강조했다. 다이빙궈 국무위원과의 회동에서도 “즉각적인 6자회담 재개” 의지를 분명히 했다. 반면에 한국 정부와 미국은 6자회담 재개에 앞서 우라늄농축 프로그램 중단과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 복귀 등 비핵화 선행조처를 요구했다. 또 북한이 이런 문제에 대한 답을 갖고 2차 남북 회담과 북-미대화에 응할 것을 주문했다.
한국 정부는 일단 중국과 러시아도 남북 회담과 북-미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한·미의 주장을 수용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1일 “25일 한-중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 결과 중국도 남북·북-미 대화가 적극적 성과를 거둬서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우호적 환경이 조속히 조성되길 바란다는 반응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도 북한과의 정상회담에서 전제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라는 북한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조하지 않고, 비핵화 선행조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고 덧붙였다.
9월 중 북한이 2차 남북회담과 북-미대화에 응해 올지는 명확하지 않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도 러시아와 중국 등과의 협의 결과를 평가하고 반응을 보일 가능성은 있다”며 “만약 북한이 2라운드 대화에 호응해온다면 한·미가 요구하는 비핵화 선행조처 등에 대해 일정한 나름의 답을 갖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반대로 북한이 어떤 답을 낼지를 결정하지 못할 경우 2라운드는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남북 비핵화 회담과 북-미대화의 순서는 바뀌어도 상관없지만, 두 과정의 병행만큼은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태도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도 우리를 만나지 않고서는 미국과 다시 대화하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남북 양쪽의 입장을 모두 고려할 때, 2차 북-미대화 뒤 남북 비핵화 회담이 열리는 수순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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