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의 미 대사관 전문 공개에서 민감한 발언이 드러난 일부 인사들은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채 폭로 내용을 부인하고 나섰다.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2009년 12월 캐서린 스티븐슨 주한 미 대사를 만나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발전소 수주 과정에 대해 자신이 2009년 11월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했을 때 이미 수주 결정은 끝났으나, 이명박 대통령의 방문을 위해 공식 발표를 미뤘다고 설명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유 전 장관은 6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당시 그런 말을 한 기억이 전혀 없다”고 발언 사실을 부인했다. 그는 “원전 수주는 100% 대통령께서 하신 거지 외교부 장관이 그런 활동을 하지 않는다”며 “주한 미 대사는 수시로 보니까 사실 언제 무슨 말을 했는지 일일이 다 기억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2008년 4월, 알렉산더 버시바우 당시 주한 미 대사를 만나 김병국 당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비판하고 이 대통령이 아첨꾼들에게 둘러싸여 있다고 비판한 것으로 드러난 유종하 대한적십자사 총재는 “당시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조언했을지는 모르지만, 외교안보수석을 부정적으로 평가한다든가 대통령과의 관계를 얘기한 기억은 없다”고 말했다.
2009년 1월, 미 대사관 쪽과 만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차기 대통령 당선에 회의적 견해를 보인 것으로 드러난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차기 선거 결과를 예측한 게 아니라 일반적으로 ‘대세론’이 지속된 적이 없다는 평소의 견해를 얘기한 것”이라며 “미 대사관 정무 담당관이 가끔 선거가 한-미 관계에 끼칠 영향 등에 관심을 갖고 물어오면, 의견을 말해주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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