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한-중 수교 맺던 날 1992년 8월24일 당시 우리나라의 이상옥 외무부 장관(탁자 왼쪽)과 중국의 첸치천 외교부장(탁자 오른쪽)이 대사급 외교관계를 수립하기로 양국 정부가 합의한 뒤 베이징 조어대 국빈관에서 한-중 수교 공동성명서에 서명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한-중 수교 20돌 오늘의 동북아, 내일의 세계
전문가 10명, 두나라 관계 전망
전문가 10명, 두나라 관계 전망
공동 설문내용
1. 현재 한-중 관계 현황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또 앞으로 한-중 관계의 전망을 어떻게 보고 계시고, 바람직한 관계는 어떤 것이라고 보십니까?
2. 미·중 양국의 협력과 갈등이 동북아 질서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3.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한-중 관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4. 최근 강화되는 북-중 경제협력이 남북 경제협력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5. 북-중 협력이 한반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6. 세계질서에서 미·중 양국이 질서를 주도하는 양대 강국(G2) 시대가 조기에 정착될 것으로 보십니까? 중국의 미래를 어떻게 예측하십니까?
미국 편중에 대북강경 외교
불안요인 커지며 중국 불만
6자회담 등 소통 강화 필요 전문가들은 한-중 수교 20년을 어떻게 평가할까. <한겨레>는 한-중 수교 20돌을 맞아 지난 연말 국내 중국 및 한반도 문제 전문가 10명에게 한-중 관계의 오늘과 내일, 그리고 북-중 관계 전망, 최근 중국의 부상이 한반도 정세에 끼칠 영향 등을 물었다. 전문가들 대부분은 “한-중 관계가 이명박 정부 들어 악화됐다”고 평가했다. 이남주 교수는 “한-중 수교 이후 가장 불편한 시기”라고 봤으며, 이수훈 교수는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역행했다”고 평가했다. 신상진 교수는 “협력기에서 갈등기로 진입했다”고 분석했고, 이동률 교수는 “전략적 이슈에 대해 소통이 활발해지기는커녕 불만과 불신이 누적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문정인 교수는 “경제분야의 한-중 관계는 큰 변화가 없지만 외교, 군사 분야에서는 간극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한-중 관계가 악화된 원인으로는 이명박 정부의 대미 편향 외교와 북한을 둘러싼 양국 간 인식의 차이 등이 꼽혔다. 김기정 교수는 “중국의 입장에서는 한국의 미국에 경사 된 전략이 반중국 포위권을 형성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봤으며, 김연철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이 한반도 정세 불안을 불렀고, 이는 한반도 안정을 원하는 중국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미·대중 균형 외교로 한-중 관계를 복원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문정인 교수는 “변화된 중국의 위상을 현실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고, 신상진 교수는 “미국과의 동맹은 지속해야 하지만 중국을 적대국으로 간주하는 정책은 선택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한-중 관계는 장기적으로 심화할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 양무진 교수는 “양국이 상호관계 증진의 필요성에 공감하기 때문에 우여곡절 속에서도 발전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고, 원동욱 교수도 “한-중 관계는 경제적으로 이미 ‘상호 의존적이고 분리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며 “이런 관계는 장기적으로 더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이동률 교수는 “한-중 관계는 (정권교체 뒤) 외형상 개선될 소지가 크지만 구조적 내실화가 결여된 개선일 가능성이 높다”며 양국 간 민족주의 정서 고조와 미-중 경쟁 등의 요인으로 전략적 문제를 놓고 갈등할 소지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남주 교수는 “중국의 성장에 따르는 불안요인을 관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중국의 일방주의를 동맹보다는 다자안보협력 방식으로 견제할 것을 제안했다. 원동욱 교수는 “향후 양국의 관계에서 중국 우위의 비대칭성이 강화돼 한국의 외교적 선택 공간이 줄어들 것”이라며 6자회담 등 현안과 관련된 협력체계를 구축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과 관련해선, 지난해 11월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의 국회 통과를 계기로 중국의 요구가 더욱 강력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많았다. 중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단순한 경제적 의미보다 전략적,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원동욱 교수는 “중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한-미 동맹의 군사적 협력 강화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경계심을 드러내 왔다”며 “한국에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압박하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동률 교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비준된 상황에서 한-중 자유무역협정도 더는 지체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고 말했고, 신상진 교수는 “한국이 한-중 자유무역협정 협상 개시를 지연시킬 경우 중국은 한국에 대한 외교·경제적 압박 수단을 동원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제는 경제이고 동맹은 동맹이기 때문에 부정적 영향이 없을 것”(문정인 교수)이라는 의견이나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양자관계이기 때문에 한-중 관계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양무진 교수)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중 FTA는 경제논리 접근
중국 협정체결요구 거세질 듯
중 대북영향력 전보다 확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후 북-중 관계는 정치·경제적으로 더욱 강화돼,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조만간 김정은 부위원장을 중국에 초청해 북-중 유대관계를 강화할 것”(신상진 교수) “김정은 체제의 등장으로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강화될 것”(이희옥 교수) “나진, 황금평 등 북-중 접경지역 연계개발이 가속화할 것”(원동욱 교수) 등의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문정인 교수는 “중국이 내정간섭의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북한에 조심스럽게 접근할 것”이라며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이란 견해를 내놓았다. 김기정 교수도 “북한이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어떻게 수용하느냐는 북한의 외교전략에 대안이 존재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봤다. 북-중 경제협력 강화 움직임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낳았다. 북-중 경제협력은 북한의 개방과 경제발전을 촉진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는 데 거의 모든 전문가가 동의했다. 그러나 “남북경협이 차단된 채 북-중 협력이 확대되면 차후 남한의 북한 진입 비용이 높아질 것”(문정인 교수) “남한이 배제된 중국 주도의 창지투(창춘-지린-투먼) 개발이나 나선(나진선봉) 연계 개발 등은 남한의 동북아경제공동체 구상과 충돌할 수 있다”(원동욱 교수)는 우려도 뒤따랐다. <끝>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중국, 미국 뛰어넘기엔 갈 길 멀어” 군사격차 크고 내부문제 산적
미국 동아시아 귀환 추진하며
두나라 경쟁·갈등 빈도 늘 것 중국의 부상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은 없었다. 그러나 중국이 조만간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G2 시대를 열 것인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의견이 많았다. 원동욱 교수는 중국이 자원, 에너지, 부패, 빈부격차, 소수민족 문제 등 산적한 내부문제를 안고 있고, 미국과의 군사적 격차가 여전한 점을 들어, “중국의 부상은 이미 현실화된 명제이지만, 미국을 능가하거나 초강대국으로 부상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이남주 교수도 미-중 간 군사력 격차 등을 이유로 “중국의 부상은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할 것”이라고 봤다. 문정인 교수는 “능력과 의도, 정치적 의지, 국제정치의 정통성 면에서 중국의 패권적 부상은 최소 20년 이내에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희옥 교수는 “중국은 생각보다 취약해 글로벌 수준에서 G2가 되기엔 한계가 있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그러나 “G2 시대는 담론이 아니라 현실”(김기정 교수) “미국의 쇠퇴와 중국의 부상으로 G2는 이미 시작됐다”(양무진 교수)는 견해도 있었다. 동북아 차원에서는 중국과 미국의 대결구도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이희옥 교수는 “동북아에서 중국이 스스로의 판을 만들면서 미국과 대립축을 형성하고 있다”고 봤고, 이동률 교수는 “미국이 동아시아로의 귀환을 강도 높게 추진하면 양국의 경쟁과 갈등의 빈도도 증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동욱 교수는 “중단기적으로는 갈등이 표면화할 가능성이 적지만 장기적으로는 ‘핵심이익’을 둘러싼 대결구도가 가시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연철 교수는 “미-중 갈등이 격화하면 경제는 중국에,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는 한국으로서는 딜레마에 빠질 것”이라며 “동북아 다자안보협력 등을 통해 미-중 협력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남주 교수는 “미국과 중국이 갈등할 가능성은 있지만 경제적 상호의존을 고려하면 냉전식 대결구도로 회귀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불안요인 커지며 중국 불만
6자회담 등 소통 강화 필요 전문가들은 한-중 수교 20년을 어떻게 평가할까. <한겨레>는 한-중 수교 20돌을 맞아 지난 연말 국내 중국 및 한반도 문제 전문가 10명에게 한-중 관계의 오늘과 내일, 그리고 북-중 관계 전망, 최근 중국의 부상이 한반도 정세에 끼칠 영향 등을 물었다. 전문가들 대부분은 “한-중 관계가 이명박 정부 들어 악화됐다”고 평가했다. 이남주 교수는 “한-중 수교 이후 가장 불편한 시기”라고 봤으며, 이수훈 교수는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역행했다”고 평가했다. 신상진 교수는 “협력기에서 갈등기로 진입했다”고 분석했고, 이동률 교수는 “전략적 이슈에 대해 소통이 활발해지기는커녕 불만과 불신이 누적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문정인 교수는 “경제분야의 한-중 관계는 큰 변화가 없지만 외교, 군사 분야에서는 간극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한-중 관계가 악화된 원인으로는 이명박 정부의 대미 편향 외교와 북한을 둘러싼 양국 간 인식의 차이 등이 꼽혔다. 김기정 교수는 “중국의 입장에서는 한국의 미국에 경사 된 전략이 반중국 포위권을 형성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봤으며, 김연철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이 한반도 정세 불안을 불렀고, 이는 한반도 안정을 원하는 중국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미·대중 균형 외교로 한-중 관계를 복원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문정인 교수는 “변화된 중국의 위상을 현실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고, 신상진 교수는 “미국과의 동맹은 지속해야 하지만 중국을 적대국으로 간주하는 정책은 선택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한-중 관계는 장기적으로 심화할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 양무진 교수는 “양국이 상호관계 증진의 필요성에 공감하기 때문에 우여곡절 속에서도 발전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고, 원동욱 교수도 “한-중 관계는 경제적으로 이미 ‘상호 의존적이고 분리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며 “이런 관계는 장기적으로 더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협정체결요구 거세질 듯
중 대북영향력 전보다 확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후 북-중 관계는 정치·경제적으로 더욱 강화돼,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조만간 김정은 부위원장을 중국에 초청해 북-중 유대관계를 강화할 것”(신상진 교수) “김정은 체제의 등장으로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강화될 것”(이희옥 교수) “나진, 황금평 등 북-중 접경지역 연계개발이 가속화할 것”(원동욱 교수) 등의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문정인 교수는 “중국이 내정간섭의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북한에 조심스럽게 접근할 것”이라며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이란 견해를 내놓았다. 김기정 교수도 “북한이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어떻게 수용하느냐는 북한의 외교전략에 대안이 존재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봤다. 북-중 경제협력 강화 움직임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낳았다. 북-중 경제협력은 북한의 개방과 경제발전을 촉진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는 데 거의 모든 전문가가 동의했다. 그러나 “남북경협이 차단된 채 북-중 협력이 확대되면 차후 남한의 북한 진입 비용이 높아질 것”(문정인 교수) “남한이 배제된 중국 주도의 창지투(창춘-지린-투먼) 개발이나 나선(나진선봉) 연계 개발 등은 남한의 동북아경제공동체 구상과 충돌할 수 있다”(원동욱 교수)는 우려도 뒤따랐다. <끝>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중국, 미국 뛰어넘기엔 갈 길 멀어” 군사격차 크고 내부문제 산적
미국 동아시아 귀환 추진하며
두나라 경쟁·갈등 빈도 늘 것 중국의 부상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은 없었다. 그러나 중국이 조만간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G2 시대를 열 것인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의견이 많았다. 원동욱 교수는 중국이 자원, 에너지, 부패, 빈부격차, 소수민족 문제 등 산적한 내부문제를 안고 있고, 미국과의 군사적 격차가 여전한 점을 들어, “중국의 부상은 이미 현실화된 명제이지만, 미국을 능가하거나 초강대국으로 부상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이남주 교수도 미-중 간 군사력 격차 등을 이유로 “중국의 부상은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할 것”이라고 봤다. 문정인 교수는 “능력과 의도, 정치적 의지, 국제정치의 정통성 면에서 중국의 패권적 부상은 최소 20년 이내에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희옥 교수는 “중국은 생각보다 취약해 글로벌 수준에서 G2가 되기엔 한계가 있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그러나 “G2 시대는 담론이 아니라 현실”(김기정 교수) “미국의 쇠퇴와 중국의 부상으로 G2는 이미 시작됐다”(양무진 교수)는 견해도 있었다. 동북아 차원에서는 중국과 미국의 대결구도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이희옥 교수는 “동북아에서 중국이 스스로의 판을 만들면서 미국과 대립축을 형성하고 있다”고 봤고, 이동률 교수는 “미국이 동아시아로의 귀환을 강도 높게 추진하면 양국의 경쟁과 갈등의 빈도도 증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동욱 교수는 “중단기적으로는 갈등이 표면화할 가능성이 적지만 장기적으로는 ‘핵심이익’을 둘러싼 대결구도가 가시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연철 교수는 “미-중 갈등이 격화하면 경제는 중국에,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는 한국으로서는 딜레마에 빠질 것”이라며 “동북아 다자안보협력 등을 통해 미-중 협력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남주 교수는 “미국과 중국이 갈등할 가능성은 있지만 경제적 상호의존을 고려하면 냉전식 대결구도로 회귀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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