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대체 수입선 위해
정상급 잇단 아부다비행
정상급 잇단 아부다비행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아시아 국가들이 북적이고 있다. 미국의 이란 석유 수출 금지 조처 요구에 영향받는 아시아 국가들이 아랍에미리트로 몰려들어 대체 석유 수입선을 구축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한국, 중국, 인도, 일본 등 아시아 국가의 정상급 인사들이 17~20일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에서 열리는 세계미래에너지회의에 참석해, 치열한 석유 확보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토후국들의 연합인 아랍에미리트의 맹주 격이자 가장 많은 석유매장량을 가진 아부다비는 최근 유전 개발에 대한 국제입찰 계획을 밝혀, 석유 자원 확보에 목말라 하는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대거 참석하게 만들었다.
중동 순방 중인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세계미래에너지회의 참석을 계기로 17일 아부다비에 들러 “중국은 아랍에미리트와 무역 분야는 물론 석유와 가스 개발, 신에너지 분야에서 장기적이고 안정적이면서 포괄적인 협력을 확대해가기를 원한다”고 역설했다고 <신화통신>이 18일 보도했다.
또 17일 김황식 국무총리와의 면담에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자가 “아랍에미리트는 한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필요하면 한국에 원유를 우선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총리실이 밝혔다. 겐바 고이치로 일본 외무상도 지난 10일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해 국제사회의 이란 제재 조처로 일본이 이란 석유를 수입하지 못하게 될 경우 아랍에미리트가 추가 공급을 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아랍에미리트는 현재 하루 270만배럴의 원유를 뽑아내는 세계 8위 생산국이자, 하루 240만배럴을 수출하는 4위 수출국이다. 국가 규모에 비해 석유 생산량이 많은 아랍에미리트는 특히 확인 매장량만도 978억배럴로 세계 7위이다. 또 천연가스의 확인 매장량은 세계 7위에 이르지만 생산량은 19위, 수출량은 25위에 그쳐 앞으로 개발할 여지가 많다. 특히 아랍에미리트는 2014년 생산 목표로 새로운 유전개발권 입찰을 준비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의 유전개발권은 전통적으로 서구 메이저 석유회사들의 몫이었는데, 이번엔 아시아 국가들한테도 개방하겠다는 계획이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도 아부다비 유전개발권을 놓고 서방 석유회사들이 아시아 쪽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아랍에미리트가 중동의 다른 산유국에 비해 안정을 누리고 있어 다른 중동 국가의 유전개발권보다도 인기가 높다고 전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김규원 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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