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김황식 총리와 함께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잘못 질책 하면서 문책인사 꺼리고
6월말 처리 서둘러 국정 난맥상 곳곳
6월말 처리 서둘러 국정 난맥상 곳곳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협정을 밀실 처리한 과정을 짚어보면 국정 난맥상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국민과 국회의 눈을 따돌리고 몰래 처리한 과정에선 은폐와 거짓말도 서슴지 않았다. 누가, 어떻게 주도했고,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어디까지 ‘보고됐는지 등의 과정도 의혹투성이다. 정부가 일본과 협정을 체결하고 난 뒤에야 이를 발표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 대통령은 밀실 처리 정말 몰랐나
이 대통령은 평소 이번 협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지난달 26일 이 협정안의 국무회의 비공개 의결 과정은 몰랐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이번 협정을 외교부에서 담당하고 있어 겉보기엔 청와대가 한 걸음 물러나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이번 사안을 직접 챙겼을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많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월 베이징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와 함께 이번 협정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나눴다. 또 지난달 17~27일 남미 4개국 등 순방 과정에서 참모진으로부터 “6월29일 양국 장관이 협정을 체결할 것”이라는 보고까지 받았다. 중남미 순방을 하면서 이 문제 처리 등을 위해 청와대에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까지 국내에 남겨놓고 구체적 처리 과정을 보고받지 못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이 대통령 스스로 이번 협정의 처리 과정에 문제가 많았다는 점을 인정하고도 문책 인사를 하지 않겠다는 대목도 의문이다. 이 대통령은 전날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긴급안건으로 국무회의에 상정하는 등 여론수렴 과정 없이 처리할 일이 아니었다”며 절차상 잘못을 강하게 질책했다. 잘못이 있다면 그에 따른 책임을 묻는 게 당연하지만 청와대는 “문책인사는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9월 정전 사태의 책임을 물어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을 자진사퇴 형식으로 경질했던 일과 대비된다. 이상돈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은 “문책인사가 있어야 한다”며 “장관이나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을 해임하지 않는 게 아니라 이들의 입을 무서워해 해임을 못하고 있다는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 문책 인사를 할 경우 당사자가 이 대통령이 이번 사안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폭로할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다. ■ 왜 6월 말까지 처리하려 서둘렀나
정부가 이번 한-일 군사정보협정 처리 과정에서 무리수를 둔 이유 가운데 하나는 ‘6월 말 처리’라는 시한 목표였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왜 굳이 26일에 처리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일본 정부와 6월 말까지 처리했으면 좋겠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한-일 사이 이런 공감대가 형성된 배경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일 관계의 민감성이나 양국의 정치 일정 등이 고려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우선 일본의 방위백서는 7월께 발표된다. 이 백서에는 통상 “다케시마(독도)는 일본 영토”라는 내용이 포함된다. 문제는 독도 문제가 불거지면 한국인들의 일본에 대한 감정이 나빠지므로 한-일 군사정보협정을 의결·체결하기가 매우 곤란해진다는 것이다. 한국의 대통령 선거나 국회 개원 시기를 고려했다는 주장도 있다. 올 하반기부터 대통령 선거전에 들어가기 때문에 한-일 군사정보협정과 같은 민감한 이슈가 여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국회와 이 문제를 논의하려면 시간이 걸리고 복잡한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국회가 개원하기 이전에 무리를 해서라도 서둘러 처리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김성환 외교장관은 “7월에 일본에서 <방위백서>가 나오면 독도 문제가 제기돼 이 협정을 처리하기 어렵다고 본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한 전직 외교부 고위 관리도 “<방위백서>는 일과성이고, 대선이나 국회 개원 등도 중요하게 고려된 것 같지 않다”며 “정부에서 중요한 문제를 처리할 때 정부 안팎의 공론화, 사전 포석 작업 등이 부족한데 이번 경우도 그런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 정부는 언제 공개하려 했나
조병제 외교부 대변인은 3일 정례브리핑에서 이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공개 문제에 대한 처리가 매끄럽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여러번 입장을 밝힌 바 있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했다. 그러나 그동안 정부의 태도와 정황 등을 종합해 보면, 애초 예정대로 6월29일 한-일 간에 협정에 대한 서명을 마칠 때까지 협정 추진 사실을 밝히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실제 4월23일 협정에 가서명한 뒤 2달 뒤인 6월26일 국무회의 상정 때까지 차근차근 행정절차를 밟아가면서도 협정 추진과 관련해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부 당국자는 협정의 국무회의 상정을 7월 첫쨋주에 할 것이라고 한 언론에 사실과 다른 정보를 흘려 혼선을 일으키기도 했다. 애초 정부가 계획한 협정 서명일은 6월29일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참 잘못된 정보였다. 실제 협정을 국무회의에서 몰래 의결한 사실이 드러난 뒤에도 청와대를 포함해 정부 내부에서는 “며칠만 언론에 얻어맞으면 된다”는 분위기가 강했다. 이런 인식 때문에 야당뿐 아니라 여당마저 반대로 돌아서는 기류를 읽지 못하고 6월29일 당일 아침까지도 일본과의 서명식을 강행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병수 선임기자, 김규원 안창현 기자 suh@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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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평소 이번 협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지난달 26일 이 협정안의 국무회의 비공개 의결 과정은 몰랐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이번 협정을 외교부에서 담당하고 있어 겉보기엔 청와대가 한 걸음 물러나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이번 사안을 직접 챙겼을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많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월 베이징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와 함께 이번 협정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나눴다. 또 지난달 17~27일 남미 4개국 등 순방 과정에서 참모진으로부터 “6월29일 양국 장관이 협정을 체결할 것”이라는 보고까지 받았다. 중남미 순방을 하면서 이 문제 처리 등을 위해 청와대에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까지 국내에 남겨놓고 구체적 처리 과정을 보고받지 못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이 대통령 스스로 이번 협정의 처리 과정에 문제가 많았다는 점을 인정하고도 문책 인사를 하지 않겠다는 대목도 의문이다. 이 대통령은 전날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긴급안건으로 국무회의에 상정하는 등 여론수렴 과정 없이 처리할 일이 아니었다”며 절차상 잘못을 강하게 질책했다. 잘못이 있다면 그에 따른 책임을 묻는 게 당연하지만 청와대는 “문책인사는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9월 정전 사태의 책임을 물어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을 자진사퇴 형식으로 경질했던 일과 대비된다. 이상돈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은 “문책인사가 있어야 한다”며 “장관이나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을 해임하지 않는 게 아니라 이들의 입을 무서워해 해임을 못하고 있다는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 문책 인사를 할 경우 당사자가 이 대통령이 이번 사안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폭로할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다. ■ 왜 6월 말까지 처리하려 서둘렀나
정부가 이번 한-일 군사정보협정 처리 과정에서 무리수를 둔 이유 가운데 하나는 ‘6월 말 처리’라는 시한 목표였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왜 굳이 26일에 처리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일본 정부와 6월 말까지 처리했으면 좋겠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한-일 사이 이런 공감대가 형성된 배경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일 관계의 민감성이나 양국의 정치 일정 등이 고려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우선 일본의 방위백서는 7월께 발표된다. 이 백서에는 통상 “다케시마(독도)는 일본 영토”라는 내용이 포함된다. 문제는 독도 문제가 불거지면 한국인들의 일본에 대한 감정이 나빠지므로 한-일 군사정보협정을 의결·체결하기가 매우 곤란해진다는 것이다. 한국의 대통령 선거나 국회 개원 시기를 고려했다는 주장도 있다. 올 하반기부터 대통령 선거전에 들어가기 때문에 한-일 군사정보협정과 같은 민감한 이슈가 여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국회와 이 문제를 논의하려면 시간이 걸리고 복잡한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국회가 개원하기 이전에 무리를 해서라도 서둘러 처리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김성환 외교장관은 “7월에 일본에서 <방위백서>가 나오면 독도 문제가 제기돼 이 협정을 처리하기 어렵다고 본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한 전직 외교부 고위 관리도 “<방위백서>는 일과성이고, 대선이나 국회 개원 등도 중요하게 고려된 것 같지 않다”며 “정부에서 중요한 문제를 처리할 때 정부 안팎의 공론화, 사전 포석 작업 등이 부족한데 이번 경우도 그런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 정부는 언제 공개하려 했나
조병제 외교부 대변인은 3일 정례브리핑에서 이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공개 문제에 대한 처리가 매끄럽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여러번 입장을 밝힌 바 있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했다. 그러나 그동안 정부의 태도와 정황 등을 종합해 보면, 애초 예정대로 6월29일 한-일 간에 협정에 대한 서명을 마칠 때까지 협정 추진 사실을 밝히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실제 4월23일 협정에 가서명한 뒤 2달 뒤인 6월26일 국무회의 상정 때까지 차근차근 행정절차를 밟아가면서도 협정 추진과 관련해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부 당국자는 협정의 국무회의 상정을 7월 첫쨋주에 할 것이라고 한 언론에 사실과 다른 정보를 흘려 혼선을 일으키기도 했다. 애초 정부가 계획한 협정 서명일은 6월29일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참 잘못된 정보였다. 실제 협정을 국무회의에서 몰래 의결한 사실이 드러난 뒤에도 청와대를 포함해 정부 내부에서는 “며칠만 언론에 얻어맞으면 된다”는 분위기가 강했다. 이런 인식 때문에 야당뿐 아니라 여당마저 반대로 돌아서는 기류를 읽지 못하고 6월29일 당일 아침까지도 일본과의 서명식을 강행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병수 선임기자, 김규원 안창현 기자 suh@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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