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토 마사토시 주한 일본대사가 10일 오후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항의하는 일본 정부의 소환 조처에 따라, 김포공항에서 일본으로 돌아가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전격방문 어떻게 결정됐나
이명박 대통령의 10일 전격적인 독도 방문은 이 대통령이 직접 결심해 실행한 것이라고 청와대가 밝혔다. 외교부도 사전에 알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울릉도와 독도를 방문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실제로 실행계획도 세워놓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몇 차례 독도 방문을 하려다가 ‘아직 갈 때가 아니다’라는 반대론이 있었고, 여의치 않은 사정도 있어 접고, 접고 하다가 지금쯤 가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 구체적인 실행 계획 속에 이뤄졌다는 얘기다.
이 대통령의 독도행은 9일 오후 결정됐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이 직접 지시하고 결정한 것”이라며 “대통령 본인이 방문하신다는데 누가 말리겠는가”라고 말했다.
독도 방문 결정 배경과 관련해선 “이 대통령은 일본과의 관계에서 개방적 입장을 취해왔다”며 “그러나 일본이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극우파의 분위기에 휩쓸려 시간만 끄는 것을 보면서 더 기대할 게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그동안 위안부 문제 등에서 성의를 보이지 않았고, 우익들의 도발 수위도 높아진 게 이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한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일본 언론이 ‘한국 정부가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 사실을 일본 정부에 통보했다’고 보도한 데 대해 “독도는 명백한 대한민국의 영토”라며 “우리나라 대통령이 우리 땅에 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대일 외교 실무부서인 외교통상부는 이 과정에서 철저히 소외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번 일과 관련한 외교부의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청와대가 결정해서 하는 국내 행사이기 때문에 우리가 할 얘기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 외교부는 전날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 계획을 청와대로부터 일방적으로 통보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 결정된 과정을 종합해보면, 외교적 결정보다는 정치적·정무적 결정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외교적 득실 등을 고려했다면 외교부와 면밀한 조율이 있었을 텐데 이런 과정이 없다.
박병수 선임기자, 안창현 기자 suh@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