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3일 국회의장단 초청 오찬에 참석하기 위해 청와대 상춘재로 걸어가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후속대책도 없이 독도 방문…일본, 정상회담 등 중단 검토
낡은 이념 집착 대북강경책은 북한·중국과 관계악화 불러
대선 누가 승리하든 무너진 신뢰관계 쌓아야할 숙제 생겨
낡은 이념 집착 대북강경책은 북한·중국과 관계악화 불러
대선 누가 승리하든 무너진 신뢰관계 쌓아야할 숙제 생겨
이명박 대통령의 동북아 외교가 총체적 실패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0일 이 대통령의 전격적인 독도 방문으로 북한·중국에 이어 일본과의 관계마저 급속히 악화하면서, 동북아 주요국과 모두 불편한 관계가 된 것이다. 이 대통령의 이념적 편향과 돌출적이고 즉흥적인 외교 행보, 전략적 마인드 부재가 낳은 참극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일본은 이달 말로 예정된 한-일 재무장관회의를 일방적으로 연기한 데 이어, 다음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추진하기로 했던 한-일 정상회담과 정상 셔틀외교의 중단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2008년 취임 초부터 삐걱대던 남북관계는 이미 대화가 단절된 지 오래다. 정부는 최근 북한에 비공개로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했지만, 북한의 5·24 조처 철회와 금강산 관광 재개 요구에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중국과의 관계도 대북 정책을 둘러싼 두 나라 간 갈등이 2010년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표면화하는 등 삐걱거려왔다. 최근에는 불법어업 문제, 탈북자 강제 북송, 김영환씨 고문 파문 등으로 불협화음이 커지는 상태다.
무엇보다 이 대통령 임기가 6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한-일 관계가 갑작스럽게 악화일로를 걷는 건 뜻밖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 대통령이 2008년 4월 후쿠다 야스오 당시 일본 총리와 만나 정상간 셔틀외교 복원을 선언하는 등 꾸준히 일본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밝혀왔기 때문이다. 지난 6월에는 국내의 거센 반대 여론을 피해 한-일 군사정보협정을 몰래 처리하려고 시도하기까지 했다.
현 정부의 외교가 이렇게 ‘온탕 냉탕을 왔다 갔다’ 하는 것은, 전략적 목표가 분명치 않은데다 외교 사안을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즉흥적으로 다루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번 독도 방문은 과거 정권의 경우와 비교해도 이례적이다. 과거 한-일 관계 악화는 대체로 일본의 도발에서 시작된 측면이 컸다. 김대중 대통령 때인 2000년엔 일본 외교청서의 ‘독도 고유 영토설’ 명기, 이듬해 왜곡 역사교과서의 검정 통과 등을 거치며 국민의 대일 여론이 악화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인 2005년엔 일본 시마네현이 ‘독도 영유권 주장’ 조례를 공포하면서 양국 관계가 급랭했다. 이에 비해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일본의 도발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이뤄졌다. 그러면서도 뾰족한 후속 대책이 없다. 전직 외교안보 분야의 정부 고위인사는 “이 대통령 외교의 특징은 전략적으로 큰 그림 없이 상황주의, 그때그때 대증처방식 임기응변으로 대처한다는 것”이라며 “좌충우돌 롤러코스터에 올라탄 외교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외교를 낡은 이념적 잣대로 접근하려는 태도도 문제로 지적된다. 그는 취임 초부터 ‘한-미 동맹 복원’과 ‘북한 붕괴론’에 집착했다. 그러나 이는 북한과의 관계는 물론이고 중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됐다. 문제는 북한·중국과의 관계 악화가 2010년 연평도 포격 사건 등에서 보듯 안보 불안을 부추겼고, 이는 한국의 대미 안보 의존도를 높여 다시 중국을 자극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동북아에 냉전적 대결구도가 재현되면서 북한이나 중국과 쉽게 회복되기 어려운 관계가 된 것이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이 대통령이 국가이익이나 국민의 안전, 생명, 평화 관점이 아니라 반공이나 반북 이념, 도덕적 틀로 외교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임기 말 동북아 외교 파탄은 다음 정권에도 적지 않은 외교적 부담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누가 12월 대선에서 승리하든 내년에 출범할 정권은 남북관계는 물론이고 한-중, 한-일 관계에서 신뢰관계를 처음부터 다시 구축하는 게 외교적 숙제가 될 전망이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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