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노다 서한 반송에 “어린애 싸움”
한 “외교관 문전박대 등 먼저 무례”
전문가 “최악 상황…냉각기 가져야”
한 “외교관 문전박대 등 먼저 무례”
전문가 “최악 상황…냉각기 가져야”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의 서한을 둘러싸고 벌어진 한-일간 반송과 수령거부 논란은 전례없는 ‘외교 결례’ 공방을 낳았다. 양쪽이 서로 상대의 외교적 결례를 주장하고 있다.
한국이 노다 총리의 서한을 접수하지 않은 데 대해 일본은 ‘어린애 싸움’ 하듯 나온다고 비판했다. 한국이 등기우편으로 반송한 서한을 접수하기로 한 것도 어른스럽게 처신하자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라는 게 일본의 견해다. 겐바 고이치로 외무상은 “더 이상의 친서 주고받기는 일본 외교의 품위를 생각할 때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은 일본이 서한을 보낼 때 사본을 첨부하지 않은 점과 서한의 내용을 미리 공개한 점 등을 들어 “일본 쪽이 먼저 외교적 결례를 범했다”고 맞섰다. 또 일본이 서한 반송을 위한 면담에 응하지 않고 한국 외교관의 청사출입마저 봉쇄하는 등 문전박대한 점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항의했다. 누가 무례한 것일까.
전문가들은 어느 쪽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지적한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어느 쪽이라 할 것 없이 한-일 모두 외교 관례와 상식에 비춰 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며 “중요한 것은 외교 결례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효과적으로 대응했는지 여부”라고 말했다. 외교 결례 논란이 법적인 문제가 아니라 외교 관례 차원의 문제인 만큼, 이보다는 실질적인 외교행위의 내용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번 노다 총리 서한 공방은 비정상적인 한-일 외교관계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드러낸 점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사에서 한 나라 정상의 서한을 되돌려보낸 사례가 없는 건 아니다. 이라크는 1991년 1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사담 후세인 대통령 앞으로 보내온 친서의 접수를 거부한 바 있다. 당시 부시 대통령이 이 친서에서 ‘쿠웨이트를 점령한 이라크군의 철수’를 요구하자 타리크아지즈 당시 이라크 외교장관은 “무례하다”며 되돌려보냈다. 그러나 파장은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미국은 며칠 뒤 이라크와 전쟁에 들어갔다. 이른바 ‘사막의 폭풍’ 작전이다.
한-일 관계의 성격상, 노다 총리의 서한 공방이 이처럼 극단적인 경우로 이어질 가능성은 별로 없다. 그러나 정상 서한의 거부는 양국간 관계가 최악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양국이 파장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심각한 관계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진창수 센터장은 “사실상 한-일간 관계는 전쟁 직전 상태라고 할 만큼 악화했다고 봐야 한다”며 “서로 자제하고 당분간 냉각기를 가지면서 관계 회복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도쿄/정남구 특파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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