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펙 정상회의서 선채 5분 대화
외교장관들도 ‘비공식 만남’
클린턴, 독도문제 관련
“한-일 양국 온도 낮춰야”
외교장관들도 ‘비공식 만남’
클린턴, 독도문제 관련
“한-일 양국 온도 낮춰야”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가 9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만났다. 지난달 10일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나흘 뒤 ‘일왕 과거사 사과 요구’ 발언에 일본이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등으로 강경하게 대응하면서 양국 관계가 급격히 얼어붙은 이후 첫 정상 접촉이다. 양국 관계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양국 정상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아펙) 정상회의장에서 따로 만나 한-일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데 협력하기로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공식회담을 한 것은 아니지만, 노다 총리가 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이 대통령에게 다가가 말을 건네면서 4~5분 정도 선 채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두 나라가 이런 형식의 만남을 선택한 것은 공식 회동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줄이면서 불편한 외교적 앙금을 해소하려는 ‘상징적 제스처’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전날 저녁에는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겐바 고이치로 일본 외무상이 아펙 공식 만찬장에서 5분 남짓 만났다. 외교통상부는 이와 관련해 자료를 내어 “양국 외교장관은 현재 한-일간의 상황을 가급적 조기에 진정시키기 위해 상호 냉정히 대응해 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두 나라 정상과 외교장관의 잇따른 회동은 양국 관계가 더욱 악화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두 나라 당국의 정책 의지가 실린 것으로 해석된다.
양국간 대화 모색의 분위기는 일찌감치 감지됐다. 겐바 일본 외무상은 애초 이번 아펙 회의에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었으나, 지난주 갑자기 계획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7일 독도 방어훈련을 애초 계획보다 축소해 실시하는 등 일본을 배려했다. 이는 최근 한·일 두 나라의 불편한 관계가 지속될 경우 경제, 문화, 대북 문제 등 협력이 필요한 다양한 분야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견제를 위해 한·일 두 나라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한 미국의 압력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대신해 아펙 정상회의에 참석한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9일 독도 문제와 관련해 “(한·일 양국이) 온도를 낮출 것”을 촉구했다. 힐러리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 노다 총리와 별도로 만나 이 문제를 제기했다”고 설명한 뒤, “온도를 낮추고 조화로운 방식으로 함께 노력함으로써 이익을 추구할 수 있고, 조용하고 절제된 접근법을 취하도록 촉구했다”고 말했다. 힐러리 장관은 “이 지역의 안정과 평화에 대해 의심과 불확실성을 제기하는 행위가 아시아는 물론 미국이나 다른 어느 나라의 이익과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쇄 회동을 계기로 한-일 갈등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독도와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한 두 나라의 입장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에 봉합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구라이 다카시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는 7일 외교부 청사를 방문해 독도 방어훈련을 항의했다. 또 일본 외무성은 애초 4억엔으로 편성할 예정이던 ‘영토 문제 대책비’를 10억엔으로 대폭 늘렸다. 한국 외교부도 내년 독도 영유권 공고화 사업 예산 23억여원을 30억원 이상으로 늘리기로 하고 예산당국과 협의중이다.
박병수 선임기자, 안창현 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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