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곽 드러난 ‘신뢰 프로세스’
김대중·노무현 ‘투 트랙’과 이명박 ‘연계론’ 절충
군사대치 국면에서 아직까진 제재에 무게 쏠려
한-미연합훈련 등 끝나면 대화국면 올지 기대감
김대중·노무현 ‘투 트랙’과 이명박 ‘연계론’ 절충
군사대치 국면에서 아직까진 제재에 무게 쏠려
한-미연합훈련 등 끝나면 대화국면 올지 기대감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이 27일 통일부·외교부의 업무보고를 통해 좀더 뚜렷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이날 대화와 압박의 ‘투 트랙’과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핵심 열쇳말로 제시됨에 따라 새 정부가 펼칠 대북정책의 향배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사실 대화와 압박을 병행하겠다는 이른바 투 트랙은 새 정부 들어 처음 나온 전략은 아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도 정·경 분리라는 형태로 투 트랙을 구사했다. 핵 문제 등 정치·군사 문제와 경제·협력 문제를 동시에 추진해나간다는 이른바 병행추진론이었다.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은 이 병행추진론의 성과였다. 대신 보수세력으로부터는 ‘퍼주기’라는 비난을 받았다. 이 정책은 이명박 정부 들어 북핵 문제와 남북협력 연계론으로 바뀐다. 그러나 비핵화가 남북협력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연계된 ‘비핵개방 3000’은 결국 남북관계의 파탄으로 이어졌다.
박근혜 정부의 투 트랙 전략은 북한이 3차 핵실험 등으로 도발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화보다는 대북 억제력 강화와 대북 제재의 고삐를 죄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엠비(MB) 표’ 정책에 가까워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전날 업무보고에서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게 해야 한다”며 적극적인 대북제재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도 함께 밝히고 있다. 정부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관련해 1단계 대북 인도적 지원, 2단계 낮은 수준의 남북 경제협력, 3단계 대규모 인프라 투자 등의 단계적 접근을 검토하고 있다. 이 중 2단계까지는 북핵 문제와 연계하지 않은 채 병행 추진하고, 비핵화 문제는 3단계에서 대규모 투자와 연계해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병행추진론(김대중·노무현 정부)과 연계론(이명박 정부)을 절충한 대북접근으로 보인다.
정부의 이런 구상에 대해 야당과 진보진영도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박기춘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28일 당 고위정책회의에서 “한반도 안보가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춘래불사춘’의 상황”이라며 “그래서 정부의 ‘선 대북지원’ 추진 메시지는 더 의미있는 평화의 시그널이 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김창수 한반도평화포럼 기획실행위원장은 “엄혹한 상황에서도 박 대통령이 일관되게 기존의 남북간 합의를 존중하고 신뢰프로세스를 가동하겠다는 대화 메시지를 내놓고 있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제는 남북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어떻게 대화국면을 열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본격 가동하는지다. 정부는 22일 유진벨 재단의 결핵약 대북지원을 승인하는 등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첫 발은 뗀 상태다. 그러나 본격 행보는 군사적 대치국면이 어느정도 진정돼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28일 오찬 기자간담회에서 “큰 틀에서 보면 모든 정책은 항상 외적 환경과 내적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내외 환경의 변화를 보면서 업데이트할 수밖에 없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남북 군사대치를 격화시킨 한-미 독수리 연합훈련은 이달 말에 끝난다. 또 북한은 이달 말 노동당 정치국 전원회의, 내달 초 최고인민회의를 소집해 놓고 있고, 남쪽은 4월 한-미 외교·국무장관 회담, 5월 한-미 정상회담 등을 앞두고 있다. 이런 정치일정을 거치면서 새 국면 모색을 위한 움직임이 고개를 들지 않겠느냐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온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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