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12일 오후 서울 세종로 외교부청사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케리 미 국무장관 방한
“추가도발땐 훨씬 강한 경고
신뢰구축 노력에 응하라”
한-미 외교수장들 한목소리
케리, 박대통령 ‘남북대화 제의’엔
약간 거리두는 모습 보이기도
“추가도발땐 훨씬 강한 경고
신뢰구축 노력에 응하라”
한-미 외교수장들 한목소리
케리, 박대통령 ‘남북대화 제의’엔
약간 거리두는 모습 보이기도
존 케리 장관과 윤병세 장관의 12일 한-미 외교장관 회담이 던진 메시지는 북한의 도발에는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압박’과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하면 ‘대화’에 나서겠다는, 기존 ‘투 트랙 전략’의 업데이트로 압축된다.
두 장관은 회담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추가 도발에 매우 분명한 어조로 경고했다. 케리 장관은 “북한이 무수단 미사일을 발사하면 이미 상당히 위험한 한반도에 (위험을) 더 추가하는 것”이라며 미국의 확고한 대한 방위공약을 강조했다. 케리 장관은 또 최근 ‘북한이 핵탄두를 미사일에 탑재할 능력이 있다’는 미 국방정보국(DIA)의 정보 판단과 관련해선 “북한이 완전히 개발되고 실현된 핵능력이 있다는 것은 부정확한 평가다. 핵실험을 한 것은 맞지만, 운반체계 실험이 완성된 것은 아니다”고 낮게 평가했다. 아직 북한의 군사도발이 미군의 억지능력을 위협할 수준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장관도 “북한이 추가 도발하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 등 필요한 조치가 예상되지만, 그것 말고도 국제사회와 함께 훨씬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북한에 보낼 생각”이라고 거들었다.
그러면서 두 장관은 김정은 제1비서의 결단을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도발을 그만 접고 대화로 나오라는 것이었다. 케리 장관은 “우리가 바라는 것은 핵 없는 한반도를 목표로 대화하는 것”이라며 “선택은 김정은에게 달렸다”고 말했다. 그는 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을 자극할 것을 우려해) 이미 몇 개의 군사훈련을 하지 말라고 명령했다”며 북한을 압박했다. 윤 장관도 “북이 무모한 행동을 포기하고 신뢰를 구축하려는 한국 정부의 노력에 응해야 한다”며 대화의 장으로 나올 것을 거듭 촉구했다. 양국이 압박과 대화라는 두 갈래 해법에 ‘찰떡 공조’를 과시한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의 전날 ‘깜짝’ 남북대화 제의를 놓고는 한-미가 온도차를 나타냈다. 케리 장관은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겠다”며 대화의 조건으로 북한이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국제적 의무와 국제 표준, 북한이 6자회담에서 스스로 합의하고 채택한 것들을 받아들이고 비핵화의 방향으로 간다면 대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전날 박 대통령이 남북대화를 제의하면서 아무런 조건을 달지 않았던 것과는 거리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도 케리 장관은 박 대통령의 남북대화 제의를 존중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우리는 절대로 한국의 주권이나 독립적인 선택을 방해할 생각이 없다. 그건 한국이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케리 장관의 발언은 박 대통령의 대화 제의가 주로 ‘개성공단 중단’ 사태의 해결을 겨냥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음을 인정하면서도 미국의 기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또 현실적으로 박 대통령의 대화 제의가 제대로 작동하면, 한반도의 긴장 국면이 대화로 일거에 전환될 물꼬 구실을 할 수도 있다는 희망 섞인 기대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 장관은 “한국은 북한의 도발을 강력히 억제하면서 대화의 창은 열어놓고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며 대화 제의가 기존 한국 정부의 입장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의 이런 입장은 박 대통령의 남북대화 제의가 북한의 비핵화와 맞물려 돌아가지 않을 경우 한계에 봉착할 개연성이 크다는 점도 시사한다. 북한이 남쪽의 대화 제의에 응해 개성공단 재가동 등 남북관계가 개선되더라도, 북핵 문제 등을 둘러싼 북-미간 적대관계가 해소되지 않으면 결국 발목이 잡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북관계 개선이 거꾸로 북-미 관계에도 좋은 영향을 끼쳐, 결국 북핵 문제 해결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케리 장관의 이번 방한은 중국과 일본 등 동북아 3개국 순방의 일환이다. 그는 13일 중국으로, 14일에는 다시 일본으로 향한다. 그는 특히 중국의 역할에 주목했다. 중국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왕이 외교부장 등과 면담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진 케리 장관은 “중국은 북한과 가장 중요한 관계를 맺고 있고, 북한에 큰 차이를 만들 영향력이 있다”며 “중국에 이런 (대화의) 방향을 제시하면서 전세계가 올바른 방향, 긴장완화의 방향으로 나가고자 한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한-미 외교장관 회담은 내달 초에 열릴 한-미 정상회담의 징검다리 구실도 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에서 향후 대북정책 방향에 대한 체계적인 조율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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