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소 부총리 등 각료 3명 참배에
정부 “생산적 논의 어렵다” 판단
일본 “개인자격 참배” 진화 나서
정부 “생산적 논의 어렵다” 판단
일본 “개인자격 참배” 진화 나서
새 정부 들어 조심스럽게 복원을 모색하던 한-일 관계가 다시 암초에 걸렸다. 일본 각료들이 잇따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자, 정부는 22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이번 주말 일본 방문 일정을 취소하는 등 강력 항의했다. 당분간 한-일 간 냉기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윤 장관이 26~27일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과 회담할 계획이었다”며 “새 정부의 한-일 관계 발전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일본 각료들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상황에서 생산적인 논의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야스쿠니 신사에 일본 총리가 공물을 보내고 부총리를 비롯한 현직 각료들이 참배한 데 대해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며 “역사를 망각한 시대착오적인 행위”를 즉시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아소 다로 부총리 등 각료 3명은 최근 춘계예대제를 맞아, 일본의 제국주의 침략 전쟁에서 숨진 일본군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잇따라 참배했다. 아베 신조 총리는 화분 형태의 공물을 ‘내각 총리대신’ 명의로 야스쿠니 신사에 보냈다.
아소 부총리 등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박근혜 정부의 대일관계는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하게 됐다. 일본이 7월 참의원 선거와 뒤이어 8·15 등 한-일 간 민감한 일정들을 잇따라 앞두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당분간 새 정부 들어 첫 한-일 정상회담의 일정을 잡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애초 총리와 관방장관, 외무장관 등 ‘빅 3’ 각료의 참배가 큰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소 부총리는 총리를 역임한 실력자이고 우리 정부의 자제 요청에도 윤 장관의 일본 방문이 확정된 뒤 참배했다. 그냥 넘길 수 없는 원칙과 신뢰의 문제”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개인 자격의 참배라며 진화에 나섰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각료의 사적 행동에 관해 정부 차원에서 이야기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회담 취소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회담) 일정이 정해진 것은 아니었다”며 “나라마다 각각의 입장이 있다. (참배 문제 등이) 외교에 너무 영향을 끼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아소 부총리가 21일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한 것은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보수층의 결집을 노린 포석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8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독도를 전격 방문한 직후 일본 민주당 정부의 일부 각료도 ‘개인 자격’임을 내세워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바 있다.
아소 부총리의 참배가 한-일 관계에 부정적으로 작용하자, 일본 정부에서도 경솔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마이니치신문>은 외무성 당국자가 “내각 2인자인 아소 부총리마저 참배한 것은 무책임한 일이었다. 한-일 관계를 개선시키겠다는 생각이 있다면, 상대국에 대한 배려가 좀더 있어야 하는 것 아니었냐”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장관 임명 과정에서 큰 곤란을 겪었고 현재 지지율도 낮은 상태이기 때문에 국내 민심을 달래기 위해 강경 대응에 나선 것이라는 반응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병수 선임기자, 도쿄/정남구 특파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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