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사실관계 확인중”
최근 라오스로 탈출했다 붙잡혀 북송된 탈북자 9명 가운데 납치 일본인의 아들이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일본인 납치 문제는 북-일간 최대 현안이어서,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외교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정부는 “아는 바 없다”며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동아일보>는 30일치 기사에서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당국이 탈북자 중에 일본인 납북 여성의 아들이 포함돼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진위를 확인 중이라고 보도했고, <문화일보>는 이 일본인 납북 여성이 ‘마쓰모토 교코’이고 탈북자인 아들 이름은 ‘문철’이라고 신원을 공개했다. 일본 돗토리현 출신인 마쓰모토 교코는 29살이던 1977년 10월 뜨개질 교실에 간다며 집을 나섰다가 실종됐다. 일본 정부는 납북됐다고 주장하지만, 북한은 “이 여성의 입북 사실을 확인할 수 없다”며 부인하고 있다. 따라서 보도가 사실이면 북한이 거짓말을 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일본인 납북 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다.
그러나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30일 정례브리핑에서 언론 보도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며 사실상 부인했다. 정부 당국자는 “그런 소문이 있다는 것은 안다. 그러나 관련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현지에서 탈북자들을 안내한 한국인 부부와 수시로 연락해온 정베드로 목사(북한정의연대 대표)도 “이번 탈북자들은 우리가 1년 이상 데리고 있던 얘들인데, 그런 얘기는 듣지 못했다”며 “납북 일본인 아들이 있었으면 왜 (라오스) 현지에서 일본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일부 탈북자 단체에서는 “문철의 어머니가 일본인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납북 일본인이라기보다는 60~70년대 북송된 재일동포의 일본인 처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북한의 철저한 통제를 받는 납북 일본인 가족이 중국에서 오랫동안 꽃제비 생활을 하도록 방치됐을 가능성은 극히 낮기 때문이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런 보도가 나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외교 루트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중”이라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도쿄/정남구 특파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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