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출신 코이카단원 오순상씨
한은출신 코이카단원 오순상씨
국민소득 통계작업 자문 ‘구슬땀’
“야근 잦고 힘들어도 보람 느껴”
국민소득 통계작업 자문 ‘구슬땀’
“야근 잦고 힘들어도 보람 느껴”
최근 개방 노선으로 주목받고 있는 동남아 미얀마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오순상(61)씨는 정신없이 바쁘지만 그래도 색다른 보람을 느끼며 산다.
2011년 한국은행을 퇴직한 오씨는 올해 초 미얀마에서 봉사활동을 할 전문 인력을 찾는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의 신문 광고를 보고 응모해 7월 현지를 찾게 됐다. 현재는 미얀마 국가경제개발부에서 자문관으로 일하고 있다.
지난 20일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 있는 한 호텔에서 만난 오씨는 “여기 일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 야근도 잦고 힘들지만 열심히 해보고 싶다. 미얀마 사람들도 뭔가 해보려는 의지가 보여 더욱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에서 미얀마의 국민소득 통계를 유엔이 권고한 1993년 국민계정체계에 맞춰 작성하는 일에 매달리고 있다. “미얀마가 오랫동안 사회주의 경제를 운영해서 그런지 기초 통계가 부실하고 주먹구구식이다. 그래서 작업이 매우 더디고 어렵다”고 했다.
유엔은 1968, 1993, 2008년 세 차례 국민소득 통계 지침을 개정한 바 있다고 한다. 오씨는 “우리나라도 93년 지침에 따라 통계를 바꾸는 데 8년 걸렸는데, 여기서 처음에 ‘6개월 안에 해달라’고 하더라”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통계와 관련된 8개 부처 사람들과 접촉하며 일하는데, 사람들이 열의는 넘치지만 기초적인 경제지식이 부족해 쉽지 않은 작업이다. 또 종종 짧은 영어 실력 때문에 의사소통에도 어려움을 겪곤 한다”고 털어놨다.
애초 한국은행에서 국제협력 업무를 했던 그는 퇴직하면 아시아 저개발국에 선진 전문지식을 전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고 한다. 결국 소망을 이룬 셈이지만, 가족을 한국에 두고 혼자 다섯달째 이곳에서 호텔 생활을 하고 있는 탓에 어려움도 있다. 미얀마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전기밥솥 등을 들여다놓고 직접 밥을 해먹고 있고, 퇴근 뒤에는 여가를 즐길 만한 곳이 없어 외로움도 적지 않다.
6개월 계약으로 왔다가, 이제 다시 6개월 연장 절차를 밟고 있는 오씨는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현지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나라가 정말 자랑스럽다는 생각을 난생처음 했다. 통계 작업을 다 마치는 데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얀마가 오랫동안 국제사회에서 고립돼 있었기 때문에 기반시설뿐 아니라 전문지식도 턱없이 부족하다. 60년대 저개발국에서 이뤄낸 우리의 개발 경험이 좋은 모델이 될 것”이라며 웃었다.
네피도(미얀마)/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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