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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아내 뱃속에 있던 아들…내 얼굴 닮았을까”

등록 2014-02-19 20:07수정 2014-02-19 21:47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하루 앞둔 19일 오후 강원도 속초 한화콘도에서 김섬경 할아버지가 등록절차를 마친 뒤 건강검진을 받고 있다. 속초/사진공동취재단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하루 앞둔 19일 오후 강원도 속초 한화콘도에서 김섬경 할아버지가 등록절차를 마친 뒤 건강검진을 받고 있다. 속초/사진공동취재단
20일부터 이산가족 상봉
생전 처음 아들 보는 92살 강능환씨
“이제 아내분 이름은 잘 기억도 안 나”

91살 김섬경씨 18일 도착뒤 감기 걸려
침대에 몸져누웠지만 상봉의지 강해

북쪽 누님 만나는 66살 김명복씨
돌아가신 아버지 유언장 가져와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하루 앞둔 19일 속초 한화콘도에 모인 남쪽 참가자들은 60여년 만에 헤어진 혈육을 만난다는 설렘, 기대, 그리고 만나도 과연 얼굴이나 알아볼 수 있을까 하는 조바심 등으로 조금은 들뜬 표정이었다. 특히 이번 행사는 남북이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합의한 뒤에도 시행 여부를 두고 논란을 벌이는 등 우여곡절 끝에 이뤄진 것이어서 감회가 남다른 듯했다.

가장 눈길을 끈 사람은 이동식 침대에 누워 한화콘도에 들어온 김섬경(91)씨. 김씨는 북쪽의 가족들을 하루빨리 만나고 싶다는 생각에 전날인 18일 속초에 도착했으나, 감기 증세로 몸져누웠다. 김씨는 침대에 누워서도 금강산에 가서 딸 춘순(67), 아들 진천(66)씨를 만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김씨가 최종적으로 금강산에 들어가 딸과 아들을 만날 수 있을지는 의료진의 판단에 달려 있다. 의료진도 김씨의 간절한 염원을 듣고 고민중이다.

이날 오전 10시30분께 가장 먼저 도착한 백관수(90)씨는 애초 아들 상봉을 신청했지만 아들이 숨진 것으로 확인돼 손자와 상봉한다. 그는 내복, 의약품, 화장품, 초코파이 등을 선물로 준비해 왔다며 “나만 남한에서 편하게 산 것 같아 손자에게 미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1951년 1·4후퇴 때 황해도 옹진에서 남쪽으로 온 김명복(66)씨는 이번에 10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긴 유언장을 들고 왔다.(사진) 이번에 만나는 누나 김명자(68)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다. 6·25 때 아버지가 먼저 남쪽으로 내려왔고, 어머니도 1·4후퇴 때 4살 명복씨와 2살 여동생만 데리고 남쪽으로 왔다. 그 바람에 누나 명자씨는 할머니·할아버지와 함께 고향에 남았다. 아버지의 유언장 하나는 명자씨를 찾으라는 내용이고, 다른 하나는 황해도 옹진에 남겨둔 부동산을 찾으라는 것이다.

이번에 아들과 처제, 조카를 만난다는 황해도 출신 강능환(92)씨는 “결혼한 지 4개월도 안 돼 1·4후퇴 때 헤어졌는데, 당시 아내 뱃속에 아이가 있었다는 얘기를 나중에 전해 들었다”며 “이번에 아들을 만나면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묻고 싶은 얘기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63년 전 일이어서 어색한지 헤어진 처를 ‘(아내)분’이라고 불렀다. 그는 “(결혼 생활이 짧아) 아내와의 기억은 특별한 게 없다. 이제 이름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들을 만나면 기억이 날지 모르겠다. 아들은 날 닮았는지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평남 대동군 출신인 김동빈(79)씨는 북쪽의 누나(81)를 만난다. 그는 “어릴 때 헤어진데다 벌써 63년이 흘러 만나도 얼굴이나 알아볼지 모르겠다”며 “1·4후퇴 지나고 연합군이 평양에 원자폭탄을 터뜨린다는 소문이 돌아 피난길에 올랐다. 그냥 며칠 피해 있겠다는 생각으로 왔는데 그게 벌써 63년이 됐다”고 했다.

속초/공동취재단,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 화보 : ‘지금 만나러 갑니다’ 이산상봉 하루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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