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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박근혜 외교, 가장 큰 문제는 간판과 파는 물건이 다르다는 점”

등록 2014-06-01 20:48수정 2014-06-01 21:30

지난달 29일 제주 해비치 호텔에서는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의 일환으로 전직 외교장관 초청 비공개 간담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사회를 맡은 이명박 정부의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 참여정부의 송민순 전 외교부장관, 이명박 정부의 유명환, 김성환 전 장관. 사진 제주평화연구원 제공
지난달 29일 제주 해비치 호텔에서는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의 일환으로 전직 외교장관 초청 비공개 간담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사회를 맡은 이명박 정부의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 참여정부의 송민순 전 외교부장관, 이명박 정부의 유명환, 김성환 전 장관. 사진 제주평화연구원 제공
[전직 외교 장관들의 평가 들어보니]

28~29일 제주포럼에서 토론…‘구상과 실제 정책 불일치’ 공동 지적
빈약한 예산·인턴 수준의 외교 인프라로는 국민 기대 부응 못해
“내걸고 있는 간판과 실제 파는 물건이 다르다”

세명의 전직 외교장관과 한명의 전직 외교안보수석이 한자리에 모인 간담회에서 나온 얘기다. 노무현 정부의 송민순 그리고 이명박 정부의 유명환, 김성환 등 수장으로서 한국 외교를 지휘했던 이들은 “박근혜 정부의 외교정책이 안고 있는 문제는 간판만 봐서는 무엇을 파는 곳인지 알기 어렵고, 간판으로 보는 것과 실제 파는 게 다르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는 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했다. 비유적인 표현이지만,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드레스덴 선언 등 박근혜 대통령이 내놓은 구상들이 실제의 정책과 일치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30여년 이상 외교현장에서 경륜을 쌓고 한국 외교를 지휘했던 네 사람이 한자리에서 토론을 벌인 건 그 자체로 매우 드문 일이다.

이 토론은 28~30일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기간 전직 외교부 장관 초청 비공개 오찬 간담회 형식으로 열린 것이다. 참석자는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안보실장을 거쳐 마지막 외교장관을 지낸 송민순 경남대 교수, 그리고 노무현 정부서 외교차관과 주일대사를 거쳐 이명박 정부 초대 외무장관을 역임한 유명환 세종대 이사장, 역시 이명박 정부에서 외교안부수석과 외교장관을 지낸 김성환 서울대 글로벌 사회공헌단 단장,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명박 정부의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천영우 한반도 미래포럼 이사장이다. 송민순, 천영우 두 사람은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도 지냈다.

간담회는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의 사회로 학계 정계 언론계 등의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2시간여에 걸쳐 진행됐다. 토론의 주제는 “한국 외교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이라는 포괄적이고 다소 추상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그 내용은 박근혜 정부 1년 반의 외교에 대한 평가와 미중 역학관계의 변화, 악화일로의 한일관계, 답보상태의 북핵 문제 등 현재 한국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무게 있는 발언들로 채워졌다.다만 비공개를 원칙으로 했기에 주최쪽의 요청에 따라 그 내용을 보도할 때는 익명으로 하기로 했다. < 편집자 주>

 

다음은 간담회에서의 주요 발언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결과적으로 ‘봉쇄적 방관정책’ 

박근혜 정부가 주변국들과의 외교는 일본과의 관계에서는 약간의 문제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드레스덴 선언 등 현 정부가 내놓은 구상들이 실제 한 걸음도 떼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개념과 실제의 정책이 일치하지 않고 있다.

이 정부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간판과 실제 정책의 불일치가 존재하는 데 나는 ‘봉쇄적 방관정책’ 이라고 본다. 통일대박 이야기를 하면서 전시작전통제권은 미루고 안돌려 받겠다고 하는데, 과연 미국이 지휘하는 군대가 통일에 나서겠다고 하는데 중국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특히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미사일 방어(MD) 체계의 경우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면서도 한미일간의 상호운용성에 입각한 한국형 미사일 방어 체계(KAMD)로 사실상 수용하고 있다. 미국에 카드를 주고 미사일 방어 참여하라는데 안할 수 있는가? 3년마다 전작권 연기를 요청하면서 미국이 그 댓가로 요구하는 청구서를 청산하는 방식을 계속하고 있다. 이는 중-일간 갈등 속에서 중국의 반발을 초래하고 있다. 간판과 정책의 불일치다.

저는 박근혜 정부가 주변국들과의 외교는 일본과의 관계에서는 약간의 문제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드레스덴 선언 등 현 정부가 내놓은 구상들이 실제 한 걸음도 떼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개념과 실제의 정책이 일치하지 않고 있다. 이미 1년 반이 지났고 남은 3년 반 동안 실제 이를 이행할 수 있는 동력을 얻을 수 있겠는가 우려된다.

보수정권의 진보 아젠다 수용하는 국론 통합    

우리 외교가 나갈 방향을 4가지로 정리한다면 첫째는 보수정권이 진보의 아젠다를 받아들여 국론을 통합하는 게 필요하다. 1989년 독일 통일에 나선 헬무트 콜 전 독일총리가 대표적인 예다. 두 번째는 북미 관계 개선이다. 북미관계는 북한 핵문제의 본질이다. 이것이 되지 않으면, 협상을 통한 북핵 해결은 쉽지 않을 것이다. 미국을 설득해 북한 핵 폐기와 미국 북한 관계 정상화를 패키지로 묶어서 중국에 팔고,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을 대화로 끌어 들이도록 해야 한다. 미국이 과연 북한과 관계 정상화를 할 것인가라는 회의적인 견해가 있지만, 미국, 중국, 북한 중 그래도 우리가 설득할 수 있는 것은 미국이다. 동맹국 아닌가. 물론 굉장히 어렵겠지만 북미관계 정상화가 가능하다면 우리 외교의 선택 폭은 훨씬 넓어질 것이다. 28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 육군사관학교에서의 연설에서 미국의 지도적 역할을 강조했는데 그건 한반도가 아닌 중동과 유럽에서 하겠다는 것이고, 저는 한반도 문제의 경우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결국 5년마다 정책이 바뀌는 한국 대통령의 외교로는 그 무엇도 안 된다. 비유컨대 한국 외교는 5년생 식물 외교인데 5년생 식물로는 우리가 가꿔야 할 외교의 숲은 없다고 본다. 3년 반 남은 현 정부 역시 무엇을 끝장 내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지금부터 정책을 내놓으면 다음 정부도 할 수 밖에 없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이 자리에는 학자, 정치, 언론 등 여론을 주도하는 훌륭한 분들이 함께 해주셨다. 높은 수준의 철학적이고 이론적인 차원에서 말한 우리 외교의 현실과 나아갈 방향에 대한 견해는 저도 대부분 공감한다. 저는 우리 외교의 하드웨어라 할 수 있는 인프라와 관련한 현실적 문제를 짚어보고자 한다.

한국외교에 대한 기대와 현실의 갭이 크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50여개 과가 있고, 각 과에는 7-8명의 직원이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 과장을 제외하면 해외에 나가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1명 정도로 매우 열악하다. 보고서 하나 제대로 나오지 못하는게 현실이다. 국력에 비해 인력과 예산이 너무 적다. 혹시 외교부 예산이 얼마나 되는지 아시는가? 전체 예산의 0.7~0.8%에 불과하다. 경제 규모가 큰 나라의 경우 대부분 예산의 1~1.5%이며 선진국인 덴마크의 경우에는 4~5%나 된다. 외교부 인력은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때 2000명에서 200명을 줄였으나, 노무현 정부에서 다시 회복해서 2200명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IMF때 3500명으로 우리보다 1.5배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무려 5500명으로 늘었고 앞으로 더 1000명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지난 73년 외교부에 들어왔을 때 일본과 직원이 8명이었다. 일본 외교부의 동북아과 직원 29명이다 인구로 일본이 한국의 2.5배지만 중요성의 가중치로 본다면 일본이 우리를 보는 걸 1로 보면 한국은 일본을 2로 보고 있다. 다른 외교 인프라의 문제를 보더라도 베트남의 경우 독립 외교부 건물을 국회의사당 옆에 새로 짓고 있었다. 한국국민들은 왜 한국 외교의 수준이 아직 이것 밖에 안되냐고 불만이지만, 턱 없이 부족한 인력으로 경찰청 및 타 부처에서 영사 인원 조달 받아서 업무를 보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가운데) 참여정부의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오른쪽)
이명박 정부의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가운데) 참여정부의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오른쪽)

턱없이 부족한 인력 보고서 하나 제대로 못나오는 외교부의 현실 

한국은 해방 이후 한국전쟁, 그리고 냉전체제 아래서 미국이라는 압도적 세력에 기대 살았기 때문에, 최근에야 독자적 외교를 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 국민들은 외교를 파티하고 환담하는 화려한 것으로만 생각하는데 아시다시피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정학적 위치에서 나라를 빼앗긴 경험이 있는 우리에게 외교는 생존 문제이다. 외교에 실패하면 전쟁이고 성공하면 평화다. 외교가 전쟁과 평화의 갈림길인 셈이다. 그런데 이렇게 열악한 외교 인력과 예산을 가지고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나라는 것이다. 저는 이러한 하드웨어 부문에서 심각한 고민을 했고, 그만두기 전까지 400명을 증원하려다가 좌초됐는데 안타깝다.

다른 하나는 4강 외교에 대해서 에피소드를 공개하겠다.한중외교장관회담 시, 왕이 현 장관이 이명박 정부 축하사절로 먼저 와서 한중관계를 한층 발전시키자는 말을 했다. 하지만 정작 당시 외교장관이었던 양제츠와 만났을 때는 전략적 동반자관계로의 격상에 중국도 동의한다며, 한국이 먼저 제의한 것 같이 이야기했다. 우리는 북한 문제를 중국과 협력하기 위해 전략 안보 대화를 하자는 것이었는데. 그때는 여러번 만났음에도 그런 전략적 토론은 실제로 어려웠다. 북한을 염려한 중국의 입장 때문에 우리가 의도했던 것과는 맞지 않았다.

 

외교부의 과에 해외 근무를 경험한 외교관이 하나 정도라면 한국 외교는 인턴 데리고 일하는 인턴외교 수준에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외교안보수석으로 있을 때 문화부와 외교부 예산을 비교하면서 외교가 생필품이라면, 문화는 사치품 아닌가 그럼에도 외교부 예산이 문화부 예산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고 그런 외교부가 이 나라의 외교안보를 맡고 있는 건 잘못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한국 외교, 인턴 데리고 일하는 인턴외교 수준 

두분 말씀 대체로 동의하지만 조금 다른 의견도 있다. 일본이 커지는 중국을 인정하지 않으면 동북아시아에서 중일관계의 갈등은 필연적이라 생각한다. 작년 당대회에서 중국이 해양강국이 되겠다고 선언 했었는데, 그때 당시에 레토릭이라고 생각했으나 최근 남중국해 분쟁을 보면 정말 중국이 해양국가로 성장 하려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한다.

그 다음 외교정책의 우선순위(Priority) 문제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한다. 제가 얼마 전 UAE 외교장관 주최 세미나에 참가했었는데, 이 행사에 중동 지역 외교 장관이 모두 왔다. 이때 공통적으로 나온 이야기들이 미국이 중동에서 손 떼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였다. 콘디 라이스 전 국무장관 와서 말하길, 쉐일 가스를 수출할 수 있게 되면서 중동에서 미국민이 추가 희생되는 데 따른 부정적인 여론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결코 미국이 손을 떼는 것은 아니라고 설득하는 것을 봤다. 이것을 보며 과거 미국의 대외 정책 순위에서한반도 문제가 미 외교정책의 주요 어젠다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미국은 최근 보다시피 별로 관여하려하지 않는다. (오히려) 한반도 이슈를 한국화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최근 보다시피 별로 관여하려하지 않는다. 중국 역시 우리가 적극 나서는 것을 환영할 것이다. 북한으로 하여금 남한과 뭘 하지 않으면 다른 나라들과는 대화하기 어렵겠다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중 이에 대해 반대할 나라는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핵문제가 남북이 만나 해결될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제가 현직에 있을 때 양쪽 6자회담 수석대표가 만나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비록 큰 성과는 없었지만 서로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솔직히 이야기 나눴다는 것으로도 의미는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 외교부가 더 많이 움직여야 한다.

그리고 최근 미중과의 관계가 어렵지 않냐고 하는데, 저는 성급히 결정할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스스로 선택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한중관계에서, 한미관계에서 그리고 미중관계에서 각각의 입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저는 오히려 중국과 관계에서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올라가고 있다고 본다.

 

대외 문제 관여 기피하는 미국 대신 한반도 이슈의 한국화 필요 

간담회를 시작하면서 국가 이익과 국민정서의 충돌에 대한 얘기가 있었다. 최근의 한일 관계가 악화된 데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얼마 전 한 신문의 여론 조사를 보니 외교부와 전문가그룹은 64%가 한일관계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본 반면, 67%의 국민들은 반드시 일본의 사과가 먼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정부의 정책은 국민 여론대로 가고 있는데 과연 이런 식으로 가는게 옳은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 외교나 경제에 정치가 개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보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저런 문제들을 어디선가 제기해야 한다고 보는데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다고 누군가는 그런 역할을 해야한다. 이런 간담회를 연 것도 그런 의도에서 마련된게 아닌가 싶은데 우리가 일본과 싸우더라도 만나서 얘기는 해야 한다.

왼쪽부터 이명박 정부의 유명환·김성환 전 장관
왼쪽부터 이명박 정부의 유명환·김성환 전 장관

동북아의 지정학적 세력 변화를 해양과 대륙 세력의 충돌로 본다는 말씀이 있었는데 미국과 중국을 각각 해양과 대륙으로 보면 맞는 이야기다. 하지만 저는 이것을 동북아 지역에 패권세력이 등장해 역내 세력 관계가 비대칭이 될 때 과거 우리가 경험했던 것은 조공관계를 맺거나, 식민지가 되는 운명이었는데, 해방 이후의 변화는 역내 세력의 균형이 무너져도 역외 세력(미국)이 균형을 맞춰주는 보장자가 된 것이라 생각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광기는 서구가 막은 것이었고, 지금은 일본이 힘이 커지면 이것을 싫어하고 있다.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한다고 하더라도 중국과의 격차를 줄일 수 없을 것으로 보는데 우리에게 바람직한 역내 세력판도는 무엇인가? 동북아에서 세력 균형이 유지되는 것이 우리에게는 바람직한 것인데 그렇다면 우리의 전략적 이익(국익)과 국민정서가 충돌하는데, 언제까지 국익을 훼손하는게 괜찮을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세력 전이 상황에서 가장 바람직한 전략 구도는 무엇이며, 그것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다.

 

동북아 지정학적 세력변화와 역외균형자로서의 미국의 역할 

일본문제는 여러 견해가 있겠지만, 제가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동북아시아 정세에서 한국이 역할 할 수 있는 부분(다자안보대화, 북한 핵문제)에서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반도 문제에 우리가 주도적으로 나설 수 있을 때 일본에 대해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 아울러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도 나오게 된 배경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집단자위권은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이것이 동북아지역에서 군비경쟁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한반도 유사시를 상정하고 있으며 한국은 언제나 늘 희생양이었다는 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한반도 유사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대해서 정부는 한국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데 어느 나라가 외국군대가 들어오는 데 동의를 받지 않고 오도록 하는가. 그건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일본의 우익정권이 어떤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가. 과거를 묻지 않은 채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한다는 것은 문제다.

저도 역외 균형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조화롭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상 유지와 현상의 변경 가운데 어느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는 잃게 된다. 역외균형자인 미국에 안주하는 현상유지의 세력균형을 선택한다면 더 고민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한반도의 분단과 갈등 대결이라는 상황을 그대로 두는 현상유지는 우리가 추구해야 할 정책목표가 아니다.

분단된 한반도에서 현상유지는 정책목표가 될 수 없어 

초점이 한일관계인 것 같은데, 간단히 결론만 말하자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은 과거 역사 인식이 우리와 정반대인 상황에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이다. 야스쿠니 신사참배는 사실 미국에 대한 반발이다. 우리는 피해자이지만 일본이 만주사변을 일으켜 중국을 침략하고 미국과 태평양 전쟁을 벌일 당시 우리 이미 합병돼 있었기 때문에 이는 미국과 중국에 대한 저항으로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과거를 잊어서는 안되겠지만 그렇다고 현실적으로 필요한 한일 협력에 지장을 초래하는 것도 어리석다고 생각한다. 과거의 역사 문제의 비중은 30%, 미래의 비중을 70%로 보고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당분간 아베 정권 아래서 서울과 도쿄에서 정상이 만나는 것은 어렵겠지만, 제3국에서의 정상회담은 가능하고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본에 자주 가는데, 일본 사람들은 한국이 중국과 손잡고 일본을 무시한다고 오해하고 있다. 외교란 결국 타협인데 일본의 역사 인식을 우리가 지금 당장 바꿀 수는 없다. 또한 한일관계의 악화는 결국 한미관계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신중해야 할 것이다.

한일관계 악화로 북일 대화여지를 줘서는 안돼 

약간 다른 의견이다. 한일관계 악화가 북한 문제에 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는 한일관계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리와 대화해야 모든 것이 통한다고 북한이 인식할 수 있게 해야지, 한일관계가 나빠져 북한으로 하여금 일본과 대화 여지를 주는 것은 안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국민 정서상 힘들겠지만 그래도 노력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국에 대해 얘기하면, 지난해 베이징을 방문해 옌쉬통 베이징대 교수를 만났는데 그는 국제 정치의 패권적 질서를 왕도와 패도(맹자에서 비롯된 것으로 힘으로 인을 가장하는 것을 패도라 하고, 덕으로 인을 행하는 것을 왕도라 부름)의 개념을 들어 얘기했다. 사실 중국 국내에 이런 여론이 형성되어 있다는 것인데 중국은 왕도를 추구하는 성군이 되려 한다는 것이다. 최근 홍콩에서 피카소보다 중국 화백의 그림이 더 뛰어나다면서 비싸게 낙찰됐다고 한다. 중국 사람들은 이미 그런 마인드가 싹트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가 더욱 중국과도 긴밀해 져야 합니다. 우리가 미국 아니면 중국을 선택해서는 안된다. 이제 과거처럼 한미일만 만나서는 안되고 이제 한미중도 만나고 우리가 계속 바쁘게 움직여야 할 것이다. 요즘 들어 현 상황을 구한말과 비교하는 경우가 있는데, 지금 우리에게는 한미 동맹이 있다는 것이 다르며 그러므로 이를 잘 활용해야 할 것이다.

강태호기자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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