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임명될 경우, 중국과의 관계에도 나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다음달 초 시진핑 중국 주석이 방한할 예정이어서 자칫 양국 정상의 만남이 빛을 잃을 수도 있다.
16일 문 후보자의 교회 강연을 보면, 그는 “중국의 민주화, 자유화를 위해서 우리가 기도해야 해요. 중국의 기독교화가 이루어지면 우리나라 통일은 자연히 되고 중국 민주화도 자연히 이뤄지는 겁니다. 그걸 놓고 중국을 위해 기도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중국 입장에서 보면, 현 중국의 정치·사회 체제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교회에서 교인을 대상으로 한 발언뿐 아니라, 2012년 2월 <중앙일보> 칼럼에도 “(중국의) 안하무인의 태도는 그들의 힘이 강해질수록 더욱 심해질 것이다. 우리로서는 중국에 대한 견제카드를 만들어 놓는 것이 지혜로운 일이다. 중국이 힘으로 나올 때 이를 견제하기 위해서도 우리는 미국의 힘이 필요하다”고 말해 중국에 대한 적대적 인식을 드러냈다.
문 후보자의 임명에 중국이 공식적으로 직접 항의하거나 불편한 심정을 내비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언론도 비교적 중립적 입장에서 이 사안을 보도하고 있다. 중국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16일 보도에서 “문 후보자의 대중국 발언도 비난을 받고 있다”고만 전했다.
하지만 그를 임명하는 것 자체가 우리 정부 스스로 중국과의 외교에 대한 신뢰를 깎아먹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해 출범 이래 최소한 겉으로는 균형 외교를 표방하면서 대중 관계에 상당한 공을 들여왔는데, 이런 성과를 크게 축내는 것이다. 외교·안보 분야의 전직 고위 당국자는 “외교의 가장 기본은 상대를 인정하는 것”이라며 “상대 국가를 인정하지 않는 듯한 인식을 가진 이를 총리로 임명하는 것 자체가 상대국의 우리에 대한 신뢰를 흔들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중국이 남한과 ‘과거사 연합’을 통해 한국을 일본에서 떼어내려 하고 있고, 한국도 이에 부응해 안보는 미국·일본, 과거사는 중국과 연합하는 행보를 보여왔는데, 문 후보자의 중국 인식은 이와는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대통령 얼굴에 똥칠하지 말고…” [한겨레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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